좋은 선택으로 흑역사 만들지 않기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는데,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번 천차만별이다.
자화자찬식으로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적도 있지만, 어떨 때는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며 창피하기도 하고 왜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지 자책하기도 한다.
여러 각도에서 결정을 내릴 일을 바라보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건만, 여전히 내가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내공과 경험치가 더 쌓여야 후회가 덜한 결정을 내릴까? 여전히 대처하는 방식이 서투르다고 느낄 때도 여태 살면서 뭘 배운 것인지 한숨만 나올 때도 있었다.
특히 타인을 대할 때 있어서 나의 말과 행동을 쭉 검열하면서 왜 그런 얘기를 했을까, 그런 반응은 왜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등 질문이 이어진다. "말을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음에는 되도록 말을 아끼게 되는 상황이 이어진다. 안 그래도 사람을 만나면 말이 없는데, 악순환이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이 정답에 가까운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답을 알 것 같은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의지하여 물어볼 수도 없다. 결과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크게 후회하는 일은 만들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후회하거나 아쉬움이 남는 선택들을 돌아보면 '욕심'에서부터 출발했던 것들이 많다. 본질이 아니라 곁가지에 관심을 두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허영심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 일이 점점 꼬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옳은 일은 무엇인가?' 욕심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평가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중심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명쾌한 느낌으로 문제가 풀리는 걸 발견하게 된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신경을 쓰고 쓸데없는 세부사항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핵심이 되는 일들은 놓치게 마련이다. 게다가 우리의 무의식은 진정으로 해야 할 것들을 알고 있고 그걸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서 선택의 순간에 다급하게 신호를 보낼 때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러한 마음의 소리를 간과하고 '설마, ' '괜찮겠지, ' '나는 아니겠지, ' '조금 귀찮아, ' 같은 안일한 마음으로 대처한다. 그리고 옳지 않은 선택을 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무의식이 스쳐 지나가듯 미리 보여줬던, 원치 않는 미래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무의식은 어떻게 예측을 할 수 있는 걸까? 우리가 살아오면서 무수한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내면에 데이터가 쌓여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조언을 주는 것이다. 마치 AI같이 말이다. '당신의 심장의 소리를 따르라, ' '직감이 전부다, ' '싸한 느낌을 믿어라, '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일, 이게 맞다고 판단되는 일을 선택한다면 대체로 맞는 길이다.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고, 때로는 효율적이지 못하거나 바보 같아 보이더라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때, 100%는 아니지만 대부분 돌고 돌아서라도 결국 그것이 맞는 결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일이 꼬이게 되는 또 다른 요인은 머리를 굴려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떤 이득을 취할 것을 예측하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유리한 행동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얄팍한 심리이다. 일이 진행되어야 할 합리적인 방향에 요령을 피워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든지 하면 반드시 머리 아픈 일이 생긴다. 인간관계에서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선물을 하거나 내가 상대방을 위해 어떤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상대방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렇게 해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의 평판이 깎일까 봐 원치 않는 일까지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내가 기대했던 대로 행동해주지 않을 경우 실망감만 커질 수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도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친절하고 사려 깊은 선택을 하면 그만이다. 뭐든지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담하게, 내 속도대로,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면서, 내 삶을 지켜가면서 말이다(물론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야 할 때도 있다).
상대방에 대해 내가 해야 할 도리나 의무를 생각하더라도 나의 삶의 균형과 마음의 평화까지 깨뜨려가며 원하지 않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애써 노력하더라도,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의 무력감을 누구나 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 하는 말과 행동에 오히려 비난받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누구도 다른 사람을 통제하거나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또한 욕심이다. 내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상대방을 위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위해주는 마음만 가져도 잘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했어도,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도, 다른 사람을 약간은 섭섭하게 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본적인 것들을 했다면 충분하다. 다시 당당하게 걸어가고, 다음번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더 잘하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소탈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도 후회하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는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상대방의 반응에 마음이 흔들리고 또 '이불속에서 하이킥'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연속이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것이고, 스티브 잡스가 말한 '점들을 연결하는 것(connecting the dots)'이다.
어설프더라도,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바탕이 된 선택을 하면 무탈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진솔하지 않은 과도한 칭찬과 아부, 가식적인 행동, 나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눈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심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삶의 여정을 함께 갈 사람이니, 그걸 몰라봐주는 사람에게 매달릴 필요도 없다. 또한 그 진심을 일일이 설명하고 다니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한 해명을 다 하고 다닐 시간에 내 인생에 소중한 선택들을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인생이란 큰 그림에서 봤을 때, 크고 작든, 찬란한 역사든 흑역사든, 모든 선택과 결과는 하나의 점이 되어 다음 점으로 연결이 된다. 지금 실패했다고 여기는 그 사건은 사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예상했던 하루든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든 매일 미래의 나로 연결해 주는 점들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살아가며 뜻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인생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웃으며 용기를 갖고 계속 선택하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별거 아닌 것 같은 일도, 나중에 뒤돌아서보면 삶 전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반짝이는 순간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