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정 Sep 21. 2016

내 인생을 연출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일을 하고 싶다 

왠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일을 잘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편이다. 그럴 때 넉살 좋게 "아유, 감사합니다"라고 멘트를 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도통 그런 말이 안 나온다. 되려, '나와 일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뭘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싶을 때가 많다. 어쩌면 남들보다 조금 더 진지한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업무 전환을 한 후, 나는 꽤나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맡게 되었다. 사기업에서의 5년 정도의 경험이 있긴 하지만, 진로를 바꾸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졸업 후 실무자로서 처음 업무를 맡은 것이니 실제적으로는 국제협력 업무가 갓 1년이 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부산에서 초, 중, 고, 대를 나와서 회사도 고향에서 다녔던 나는 해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학사까지 졸업한 동료들에게 둘러 싸이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웠다. 



나는 지방 국립대도 아닌 사립대 출신이고,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었으나 부모님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던지라 국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의 대학원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해외 대학원을 가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기업에서의 인턴 6개월, 정규직원으로 4년 4개월 남짓 일하면서 모은 돈을 서울에서의 생활비와 학비로 써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욕심과 현실 사이를 조율하다, 어쩌면 가장 절충적인 선택을 했다. 모은 종잣돈으로 나는 학비와 졸업 후 생활까지 고려했다. 서울에서 혼자 살 정도의 원룸을 구할 정도의 돈. 그 정도는 대학원 생활과 졸업 때까지 어떻게든 쓰지 않고 버텨야 했다. 



시간이 꽤나 지났다. 두려움에 떨며 사표를 냈던 그때 이후, 나는 대학원을 가서 석사 학위를 받고, 유엔을 경험하고, 국제협력 업무로 진로 전환을 하고, 사기업에서 모은 돈으로 서울에서 원룸을 구해 살겠다는 목표를 게임 클리어하듯, 단계별로 이루어 냈다. 





"일을 잘 할 것 같다"라는 말은 어쩌면 "본인 인생을 잘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길 것인지, 모두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과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진솔함. 본인의 인생을 스스로 매니징 할 수 없는 사람은 업무도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나에게 "일을 잘 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한 사람들은 어쩌면, 스스로가 정한 중심대로 묵묵히 실행에 옮긴 내 인생에 대한 칭찬 인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