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어때요,라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1.
"일이 어때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쁘지 않아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2.
함께 깔깔 거리며 웃고, 화가 나면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욕하고, 심지어 1층의 별다방으로 잠시 피신 갈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 내 역량을 쓸 수 있는 업무가 있으며, 독립적으로 업무 진행이 가능하고, 심지어 타인으로부터의 신뢰를 (나름) 얻고 있다. 야근 없는 직장 문화 덕택에 불필요한 야근을 하지 않는다.
혼자 살아가고 저축을 할 정도의 돈도 모으고 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요"라고 대답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다.
#3.
물론 힘든 점들이 왜 없으랴.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점들이 이렇게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부정적인 점에 초점을 맞추어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국내외에서 메일이 날아와도 잠시 멈추어 서서 답장을 할 정도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스스로를 발견했다. 되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부분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자, 기분이 들뜰 정도였다.
그때 느꼈다.
나 지금 나쁘지 않구나.
#4.
인생학교 시리즈를 읽고 있다.
세 권째 읽는 시리즈는 바로 "일".
구태연한 이야기가 쓰여있지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 줬다.
작년 늦여름, 대학원을 졸업한 후 업무 전환을 하고 실무자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목표로 했던 것들을 이루고 나니, 한동안 '다음 단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으로 힘들었다. 낯선 장소, 사람, 환경에 부쩍 우울했다. (정말 누워서 하이킥을 날릴 정도였으니까!)
'돈, 사회적 지위, 존중, 기여, 열정, 재능'.
이 5가지는 인생학교 "일"편에서 제시한,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약 5개의 별에서 1년씩 머무르며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5.
취침 전,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 잠시 곰곰이 생각을 했다.
정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5개의 직업을 선택해 볼 수 있다면?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나의 옵션들이다.
1. 사회적 기업 해외사업 담당자
2. 문화예술(특히 영화) 해외사업 담당자
3. 에세이 작가(사진, 그림, 글)
4.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여성 empowerment project 담당자
5. 부산 혹은 제주도의 카페 주인(인테리어, 음악, 분위기는 내 취향으로!)
나열하고 보니 겹치는 것들이 "해외"라는 그라운드, "감성"적인 취향, 그리고 사회"기여"에 대한 열망이다.
#6.
스스로가 한 우물을 파는 깊은 전문가이기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제너럴리스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평생 한 직업보다 여러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진로 전환을 한 나는, 꽤나 여러 직업 체험을 한 셈이다. 이는 한편으로 내 삶에서 도전을 꾸준히 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1년 동안 답을 하려 해도 도무지 나오지 않았던 진로 전환 이후의 내 삶을 다시 디자인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