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2살(로 추정되는) 막내가 있다. 이름은 덕분이. 전라도 영암군 보호소에서 입양해온 시고르자브종 박덕분. 종종 산책길에 “보더콜리 새끼인가 봐”라는 오해를 받는데, 보더콜리는 아니다. 아마도 덕분이 아부지가 보더콜리가 아니었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덕분이는 최근 산책하다 갑자기 앉아버리곤 하는데, 그에 대한 인간들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괜히 응석 부리는 거다. 많이 걷는 걸 싫어한다. 풍경을 보는 것이다 등등. 이유는 강형욱 선생님과 덕분이만 알 것이다.
여기 잠깐 있다 갈래? 그러지 뭐.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얼른 걷고 집에 돌아가자고, 덕분이를 보채지 않고 함께 그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덕분이가 선택한 풍경은 아름답기도 하고 생뚱맞기도 하다. 한강의 푸른 잔디밭을 보는가 하면, 그냥 운동장 흙바닥 한가운데에서 멈추기도 하니까.
어디가 되었든 덕분이의 낭만을 함께 한다.
나란히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또는 근처 벤치에 함께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면 자기 맘을 알아줬다고 생각하는지, 더욱 행복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게 뭐라고, 이 잠깐의 여유와 밝은 덕분이 얼굴에 너무나 쉽게 행복해진다.
덕분이의 산책은 앞만 보고 쉼 없이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풀 냄새도 맡고, 물도 마시고, 전속력으로 뛰기도 하고, 그러다 잠깐 쉬었다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빠르게 목적지를 찍고 돌아오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여정이다.
문득 오늘 덕분이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우리 인생도 그렇게 살면 되겠다 싶었다. 땀 흘리며 열심히 걷다가도 잠깐 쉬기도 하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해 느끼는 것.
덕분이 덕분이다.
덕분이 인스타 계정 @deokboon
영암군 보호소 인스타 계정 @samho_center
유기견 입양 @pawinhand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