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 Nov 15. 2022

그렇게 시골집을 만나게 된다.

산으로 달아나고 싶었던 두 여자; 프롤로그


어느 날 내 직업과 삶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질 때가 있다. 안락한 월급은 족쇄처럼 느껴지고,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닐까 조바심이 나는 때가.


그럴 때는 문득 이 도시와는 아무 관계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진다. 대부분은 해외여행이나 동해바다가 보이는 풀빌라를 예약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스러져 가는 시골집을 개조하여 별장으로 삼겠다는 무모한 두 여자의 이야기다.



나는 반려견 “덕분”과 반려인 “보”와 함께 지낸다. 이동이 잦은 여행 후에는 늘 구토를 참지 못하는 예민 보스 덕분과는 반대로, 역마살이 낀 보는 해외의 오십여 개의 도시를 방문하고도 주기적으로 나에게 이민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이민 가고 싶은 나라도 바뀐다.)


나와 함께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보는 발 빠르게 서울을 떠날 명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수야! 이 시골집 어때? 무상 임대해준대. 여길 별장으로 만들면 어때?


해외여행 정도를 제안할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시골집이라니. 그래 종종 서울이 지겨워질 때 내려가서 쉬면 좋겠다. 어디 한번 보자.



보가 보여준 영상에선 어느 공인중개사 유튜버가 폐가나 다름없는 시골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뭐? 여기를? 영상을 보자마자 거품을 물고 반대했다.


여기서 어떻게 살아? 저런 집 고치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남해라고? 서울에서 남해까지 왕복 열 시간이야!


다시 생각해도 내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보는 이미 이 남해집에 푹 빠져있었다. 아, 그녀는 일을 치를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는 곧장 남해의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


젊은 여자분이신 것 같은데… 여기 지네도 나와요. 괜찮겠어요?


지네? 괜찮을 리가! 하지만 보는 되려 오기가 생긴 듯, 본인은 본래 시골 태생이라 아무렇지 않다며 자신의 의지를 어필했다. 공인중개사는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라며 그녀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남해 폐가시골집은 다른 사람에게 우선권이 넘어갔다. 실망한 보에게, “더 가까이에, 더 쓸만한 집”이 있을 것이라며 위로했다.


아니! 그런 집은 없어! 공장이나 물류창고 같은 산업시설 하나 보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세대수가 있어 무섭지 않으면서도, 사생활은 보호되는 그런 시골집을 원했어. 이 집이 딱이었다니까!


음 맞아 납득. 하지만 그 디테일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동시에 너무 폐가인걸?


물러섬이 없는 두 여자의 신경전에 집안 공기가 어색해질 무렵, 그녀의 간절함이 남해에 닿고야 말았다.


남해집을 보에게 무상 임대해 주겠다는 공인중개사의 연락이 오고야 만 것. 1순위로 당첨된 아저씨가 아내를 끝내 설득하지 못해 2순위였던 보가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아내를 설득하지 못한 아저씨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아저씨의 의지를 꺾은 아내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고, 반면에 시골집이 생겼다며 기뻐하는 보를 보자니 덩달아 기대가 되면서도 그 집의 몰골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복잡해지는 심정이었다.


나의 근심과 보의 설렘이 반비례하는 와중에 우리는 남해의 어느 폐가를 별장으로 삼게 되었다.


정말 이 집을 쓸 수 있을까?



*주의: 그깟 벌레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시골집을 임대받지 마시오.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주니어를 뽑아야 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