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가 묻고 00가 답하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인문학은 어렵다? 철학은 (개)어렵다?
‘인문학’ 하면 어렵다는 인상을 받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철학’하면 그 내용을 본격적으로 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거부반응이 오는 분들도 있죠. 제가 ‘인문학 강의를 하는 강연자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이내 ‘어려운 거 가르치시네요.’라는 반응이 돌아오기가 일쑤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보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갖는 철학에 대한 어떤 인식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혹은 학창 시절 접했던 딱딱하기 그지없는, 암기를 위한 철학 공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철학을 접할 때 ‘그 논리를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철학자들의 이론을 이론 자체로 이해하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인문학이든, 철학이든 어느 정도는 공부의 순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 학원 수학강사 알바를 하며 대한민국에 수포자가 많은 이유를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수학의 원리, 어떤 수학적 논리가 나온 배경 등을 충분히 (재미있게!) 이해시키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특별히 누군가의 ‘사상’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면, 먼저 그 생각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컨대, 그 철학자의 삶, 어떤 철학이 등장한 역사적 시대적 배경 같은 것들이요.
철학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삶으로부터 분리해서 그 '논리'만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그들의 삶과 철학을 분리해서 그들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이 정말 많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문제 또는 그 사람이 살던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철학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사상을, 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이 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삶의 문제,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문제를 이해하다 보면, 어느덧 나의 삶의 문제나 나의 현실의 문제가 그들의 고민 주제와 일치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함에 있어 저의 삶의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이 불현듯 어떤 철학자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경우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럴 때 그들의 사상이 이전보다는 조금 더 쉽게 나에게 다가오곤 합니다. 저는 그래서 어렵고 난해한 철학적 이론보다는, 철학자들의 어떤 철학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계기, 그리고 우리 삶의 문제를 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해보고 싶습니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삶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요.
“00가 묻고, 00가 답하다.”
'특별히 저는 00가 묻고, 00가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시리즈물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주로 이 항목의 내용들은 ‘영화가 묻고, 철학이 답하다’와 같은 제목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영화나 소설, 대중매체 등을 활용하고자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철학적 주제를 내 삶에 가깝게 이해하는데 영화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저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기에 영화평론을 하거나 할 목적은 아닙니다.)
아울러서 어떤 철학자가 왜 이런 사상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들도 짤막짤막하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철학이 없는 시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혹자는 이 시대를 ‘철학이 없는 시대’라고 합니다.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철학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경험하게 하지 못한 누군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려운 말과 있어 보이는 논리가 철학의 본질이 아니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철학은 우리의 삶 속에서 힘을 발휘할 때 진정으로 가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철학을 할 수 있고, 모두가 철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혹시나 삶의 여러 문제에 봉착하셨다면, 한번 여러분의 철학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오늘이라도 여러분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철학자가 직접 되어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평가하는 나 자신보다 더 많은 생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나 자신을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준비할 컨텐츠들을 통해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철학적 탐구는 인간 생활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쓸모없는 지적 사유는 인간을 기괴하게 만든다.”
- 비트겐슈타인(철학자, 1889. 4. 26. ~ 1951.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