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1

도우룸바이스와니

by 조선한량

아내의 생일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래마을의 도우룸 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원래는 로리스 더 프라임 립 이라는 곳에 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임신 중이라 입덧 때문에 고기 익힌 것을 싫어하게 되어서 다른 곳을 알아보다가 도우룸으로 예약했다. 북촌에 있는 레스토랑도 후보에 있었는데 집에서 거리가 멀고 주차가 용이하지 않아 서래마을로 결정하게 되었다.

도우룸의 정식 명칭은 "도우룸바이스와니" 인 듯 하다. 하지만 입구에도 간단하게 "doughroom" 이라고만 되어 있으므로 편의상 도우룸이라 부르기로 하자.

레스토랑 위치가 상당히 골목에 있었다. 서래마을에 와본 적이 별로 없어서 하마터면 레스토랑을 지나칠 뻔했다. 주차는 발레 주차가 되니 안심하고 차를 가져와도 된다.

매장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다. 좌석이나 인테리어 등 분위기가 고급스럽다고 말하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나름 깔끔하고 적당히 분위기 있었다. 예약할 때는 좌석이 입구 앞에 셰어 테이블 (긴 테이블에 여러 좌석을 놓은 것을 그렇게 부르더라. 업계에서 쓰는 용어인지는 모르겠다.)밖에 없다고 했는데 도착해보니 매장 중앙부에 있는 좌석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녁 코스를 먹기로 했는데 구성이 애피타이저 1 + 파스타 2(각자 고를 수 있음) + 메인디쉬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풀코스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아내도 나도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상관없었다. 이곳은 파스타를 모두 생면을 쓰는데 주문을 하면 바로 반죽에서 면을 뽑아서 요리를 하는 듯했다. 오픈 주방과 좌석이 있는 공간 중간지대에 한 명이 계속 반죽을 가지고 면을 뽑고 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오징어 먹물 카펠리니와 감자 뇨끼를 많이 먹는 듯했다. 대표 메뉴라고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오징어 먹물 카펠리니와 그 날 주방장 특선 파스타와 돼지고기를 살짝 튀기듯 구워 사과소스를 부어주는 메인 메뉴를 골랐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우리가 고른 메뉴를 보고는 메뉴가 모두 기름기가 있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파스타를 하나 변경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듣고 보니 너무 느끼해질 것 같아서 그 종업원에게 추천을 받아 주방장 특선 파스타를 빼고 토마토소스의 다른 파스타로 주문했다.

애피타이저가 나오기 전에 전채요리가 나왔는데 아내는 이 음식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정확한 메뉴 이름이나 재료를 몰라서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기억나는 느낌으로만 적자면 감자를 곱게 갈아서 살짝 튀긴듯한 질감이었고 겉모양은 작은 인절미 같았다. 곁들여진 드레싱은 분홍빛의 베리류 같았는데 자극적이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는 시저 샐러드로 주문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맛있는 시저 샐러드였다. 보통의 레스토랑에서는 이 정도도 찾기 힘든 것 같다.

오징어 먹물 카펠리니는 예상대로 양은 적었는데, 인터넷에서 다들 양이 적었다고 소회를 남겼더라, 버터소스라 양이 많으면 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면을 소스에 적시면서 흔들었더니 특유의 오징어 먹물 향과 버터향이 어우러졌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와 아내는 맘에 들었다.

종업원이 추천해준 파스타는 "해산물 감칠맛이 풍부한 비스큐 소스를 곁들인 블랙페퍼 카바텔리"라는 긴 이름인데, 도우룸 메뉴로 검색해보니 찾을 수 있었다, 카바텔리라는 짧은 면 안쪽에 후추가 들어있어 면을 씹을 때 꽤 강렬한 맛이 났다. 강렬하다고 표현했지만 너무 강한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수준의 향신료 맛이 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오징어 먹물 카펠리니가 버터소스여서 다소 느끼한 부분이 있는데 종업원 말대로 이 파스타와 함께 먹으니 균형이 괜찮았다. 추천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애피타이저와 파스타를 먹으니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황에서 메인 요리가 나왔다. 아마 아내 생일이 아니었다면 메인 요리는 시키지 않았을 것 같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돼지고기를 튀긴듯한 메뉴였는데 정확히는 "오겹살 포르케타"라는 메뉴라고 한다. 이것도 인터넷에서 찾았다. 여하튼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충분히 맛있게 다 먹었을 메뉴임은 분명하다. 오겹살 자체도 질이 좋았고 사과로 만든 소스도 훌륭했다. 사과소스 말고 취나물로 만든 페스토와 바질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가 같이 곁들여지는데 취나물 페스토는 나에게는 별로였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시트러스 폴렌타 케익과 레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름이 조금 어려운 케익은 파운드 케익과 질감이 거의 비슷하다. 부스러지는 질감의 케익인데 그렇다고 뻑뻑하지는 않다. 케익 위에 글레이즈드 된 설탕이 발라져 있고 상큼한 과일(정확히 어떤 과일인지는 모르겠다)이 작게 다져진 형태로 함께 붙어있어서 디저트로 적당했다. 레몬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를 하니 깔끔하게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다.


위치는 다소 불편했지만 매장의 분위기는 좋았다. 종업원의 서비스와 음식은 가격 대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는 파인 다이닝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서비스와 음식의 수준을 보니 이래서 미슐랭 1 스타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집에서 가깝지는 않아서 자주 가지는 않겠지만 맘먹고 외식을 하러 나간다면 분명 가볼만한 곳이다. 이 식당을 추천해준 아내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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