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6

by 조선한량

- 꽤나 오랜만에 맛집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아이코닉 피자-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삼성역 근처 서울의료원 길 건너에 있는 작은 뉴욕식 피자집이다. 집에서 멀지는 않기에 가볼 수 있었지만 방송 타면 보통 사람이 엄청 많아지기 때문에 열풍이 지나고 나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여 묻어두고 있었다. 마침 지난 주말에 시간이 있어서 피자를 사려고 방문했다.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매장에 한 명만 있었다. 주말에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치즈와 페퍼로니를 반씩 섞은 것으로 주문하고 의자에 앉아서 매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크지 않는 매장인데 한쪽에는 자전거와 오디오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오디오 장비는 인테리어 목적은 아닌 것 같고 딱히 보관할 곳이 없어서 놓아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맞은편 벽에는 피자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의 수료증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3~4개 붙어 있었다.


피자를 기다리며 자전거와 오디오 장비가 놓여있는 벽 쪽과 수료증이 붙어 있는 곳을 각각 한 장씩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주인이 굉장히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사진 찍지 마시고요. 제 얼굴 나온 거 있으면 사진 지우시구요.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무안을 주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굳이 사장의 말을 전문 그대로 옮길 필요도 없고 토시 하나까지 다 기억나지는 않기 때문에 요약을 하면 이렇다.


- 한국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 그리고 그런 걸 SNS로 올려댄다

- SNS에 올릴꺼기 때문에 사진 찍지 마라

- 나 되게 피곤하다. 오늘도 주문 엄청 많았다. 지금 잠시 한가한 거다

- 그러니까 사진 찍지 마라.

- 내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 무한 반복


좀 심한 말인 줄 알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싶었다. 사진을 찍는 게 싫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식당들도 꽤 있다. 하지만 손님에게 무안 주고 성질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알아들었느냐고 재촉하니 황당해서 말도 잘 안 나왔다. 간신히 대답을 하고 SNS에는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후 피자를 받아 들고 나왔다. 아내는 뭐 이런 가게가 다 있느냐며 다시는 오지 말자고 했다. 내가 먹고 싶어 해서 아내가 일부러 온 상황이라 나는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실 기분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피자집에 대한 글이니 피자 맛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적어둔다. 이미 소개된 바와 같이 전형적인 뉴욕 스타일 피자이다. 도우가 얇고 피자는 크다. 토마토소스와 페퍼로니는 맛있다. 육즙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페퍼로니에서 나온 적당한 기름이 식감을 좋게 한다. 염도는 좀 센 편이지만 원래 그런 음식이니 불평할 이유는 없다. 치즈피자는 페퍼로니보다 덜 짜고 느끼한 맛은 더 강하다. 맛있다.


결론을 내자면 피자는 맛있다. 하지만 수요 미식회에서 말하듯이 식어도 맛있고, 식으면 더 맛있다는 아니다. 식으면 도우나 엄청 질기고 딱딱해진다. 당연히 맛이 없어진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주인에게 무안을 당하면서 사 먹을 정도로 굉장한 맛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 사 온다고 하면 먹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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