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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Nov 15. 2018

주목할 만한 디자인의 여성 브랜드

THINX, billie, Mischief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던지는 마케팅이 낯설지 않게됐다. 요즘 여성을 타겟으로 페미니즘적인 광고를 하는 것을 Femvertising이라 부르고 있고, 여성 전용 제품들, 혹은 타겟을 여성으로 확장하고 싶은 브랜드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브랜드들을 주목하게 된다. 그 중 회사의 비전과 메시지, 디자인까지 훌륭한 브랜드,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주며 영감을 전하는 브랜드를 몇 개 소개해본다.



1. 여성 제모용품 브랜드, billie



가수 두아리파가 겨드랑이털을 미는 사진을 앨범 커버로 쓰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떠올려보자. (관련 기사)​ 여성에게 털은 없어야할 것, 항상 없는 듯이 관리해야할 대상으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되곤 했다. 빌리는 제모용품, 바디로션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내 몸과 내 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사랑하자고 말하는 브랜드다.


색감과 메터리얼이 깜찍한 빌리 면도기

비비드한 컬러와 고급 플라스틱 소재로 면도기보다는 장난감처럼 보이는 비주얼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이미지들은 인스타감성으로 잘 꾸며져있는데 빌리의 제품들이 추구하는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레트로 풍으로 표현된 색감이 매력적이다.



#ProjectBodyHair

보통의 제모용품 광고를 떠올려보면 털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깔끔하게 털이 제거된 매끈한 여성의 피부를 보여주며 있는 그대로의 털을 터부시한다. 빌리는 프로젝트바디헤어를 통해 전세계의 다양한 여성들의 털 사진을 수집했고, 제품 화보에서도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털을 보여주었다. 피부색, 털, 생김새 모두 다양해서 털에 대한 생각을 넓혀주는데 모든 사진들은 무료 이미지 사이트 Unsplash에 기증되었다. 무료 이미지라 사람들이 자주 찾고 마음껏 쓸테니 털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도였다. 디지털 시대에 딱 맞는 똑똑한 캠페인이라 놀라웠다. (관련기사)


여성의 몸과 털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면서 청량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사진들. 비비드한 키컬러가 4개인데도 지저분하지 않고 리드미컬하다.


제품 자체도 예쁘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에 완벽하게 매력적이다. 이를테면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네일 컬러를 맞춘다거나 오브제의 배열, 사진 구도와 색감, 타이포그래피까지 잘 어우러지도록.

패키지도 예뻐...

90년대 레트로 감성

근데 왜 하필 90년대 감성일까? 아마 이 제품을 사용할 만한 사용자는 20대 여성일텐데, 페미니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밀레니얼 여성들.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난감과 그 시대의 액세서리들을 사용함으로써 면도기에 대한 접근을 가볍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 추측해본다.

귀걸이처럼 붙였던 스티커와 폴리 포켓(1991)
90년대에 대한 재해석

홈페이지에는 빌리에 대한 소개와 추구하는 방향이 써있는데 female-first shave라는 슬로건과 "shaving is a choice—it’s your hair and no one should tell you what to do with it."이라 말하는 빌리가 참 마음에 든다.


여성을 위한 밝은 미래를 그리는 빌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2. 생리팬티의 선구자, THINX

최근 2-3년간 면팬티, 노와이어브라, 브라렛 등 여성을 위한 편안한 속옷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무래도 노브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한 반발, 여러 방면으로 펼쳐진 페미니즘 운동들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생리대와 탐폰 등을 대체하는 생리팬티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대놓고 생리팬티 광고한다며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띵스는 여성의 생리와 생리혈에 대한 부정적 시선들을 타파하고 편안한 생리주기를 위한 제품과 교육, 이벤트를 열고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진

다양한 신체와 피부색의 조합, 나른하고 자연스러운 동작들이 오히려 더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섹시하거나 귀여운 여성을 내세운 기존 속옷 광고와는 전혀 다르다. 상대방에게 예뻐보이기 위한 속옷이 아니라 여성 자신을 위한 편안한 속옷임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작업들.

2017 캠페인 화보


오브제로 낯설게 하기

2015년 띵스를 가장 크게 각인시킨 이미지는 자몽이었다. 성기를 자몽으로 표현한 것인데 색다른 효과나 인위성 없이 오브제 하나만으로 시선을 끈다.


과일 외에도 섹스토이, 탐폰, 계란 등을 메인 오브제로 활용하며 눈을 떼기 어려운 사진들을 선보였다. 작업 자체는 정말 단순한데 그동안 주인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것들, 터부시되었던 주제들로 찍은 사진들이라 놀라움을 주는 듯하다.



여성들을 응원하는 격언들

페미니즘 학자들, 페미니스트 셀럽들의 메시지를 미니멀한 일러스트와 함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게재하고있다. 중채도 중명도의 색감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구구절절 영감을 주는 글들로 여성 스스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용기를 북돋는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홍보

초반에 띵스는 자체 점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성 운전수가 트럭을 몰고 다니며 찾아가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는데 그 제목은 Fearless Bleeding. 겁없이 피흘리자는 의미일텐데 쿨하고 단호해보여 마음에 든다. 여성들에게 생리란? 조금만 미뤄져도 불안하고, 걱정되고, 짜증나고 화나는 것이니 남의 시선 생각하지말고 걱정없이 피흘리자는 메시지일 것이다. Fearless Bleeding 투어를 통해 띵스는 여성의 몸과 생리, 그리고 관련 용품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진행했다.

메인 슬로건 Period-proof underwear : 생리주기에 나를 안심시킬 수 있는 속옷.. 카피라이팅 누가하는 걸까 너무 잘하네

생리전증후군을 의미하는 PMS를 Period Management Service로 바꾼 언어유희도 재치있다. 어쩜 저렇게 멘트에서 위트가 넘치는지. 참 매력적인 브랜딩. 창가에 쓰여진 글도 리드미컬하다.

Taboo-bustin' 금기를 불태우고

Blood-lovin' 피를 사랑하고

Ego-boostin' 자존감을 높이고

Boundary-breakin' 경계를 부수는


투어 중에 Period Party를 진행하며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더 당당히 즐겁게 이야기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팝업스토어 내부 모습


여성에 대한 교육

생각보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생리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신체적 현상과 성관계, 여성 질병에 대해서도 꼼꼼히 블로그에서 다루고 있다.

THINX와 icon의 블로그
생리혈에 대한 자료


다양한 타겟층을 위한 라인업

띵스는 일반 성인 여성을 위한 브랜드와 별도로 청소년을 위한 브랜드 THINX(BTWN)을 런칭했다. 띵스가 모던하고 정제된 느낌이라면 띵스비트윈은 더 발랄하고 자유로운 느낌이다.

여러모로 던지는 메시지와 비주얼 아이덴티티, 사진, 홍보 방식과 오프라인 이벤트가 일관되게 매력적인 브랜드라 정말 멋지고 그 행보도 기대된다.


하지만 요즘의 직원 복지와 CEO의 권위적인 행동, 불합리한 판매 방식 등으로 띵스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중인데, 페미니즘적 마케팅이 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반증같기도 하다. 관련기사



3. 독보적인 여성 스트릿 브랜드, Mischief

미스치프는 서지은, 정지윤 두 여성 디렉터가 만들었다. 2012년부터 룩북이 있으니 꽤나 오래가는 브랜드인 셈. 그들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이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서지은, 정지윤 디렉터

스트릿을 포함한 서브컬쳐는 날 것의 소년 느낌이 항상 주류로 자리잡았다. 여성을 위한 스트릿 패션이 뭘까? 남자 옷을 그대로 입는다고 그게 스트릿은 아닐 것이다. 미스치프는 아름다운 여성이 아닌 쿨하고 멋있는 여성을 보여준다. 굳이 여자가 예뻐야되나? 강렬하면서 자연스럽고, 날 것이어도 괜찮잖아. 그들만의 색으로 기존과 다른 여성상을 표현해내는 미스치프는 매 시즌마다 거의 완판을 기록하며 밀레니얼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했다.


다양한 여성성 제시

아름답고 섹시한 예쁜 여성이 아니다. 예쁨조처럼 생글생글 웃는 것도 아니다. 생김새도 스타일도 자유분방하고 사회적인 미의 기준과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멋지고 때론 엉뚱하고 신비롭다. 보편화된 여성이라는 관념을 과감하게 부수는 이미지들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2016 FW lookbook


한국 로컬에 대한 재해석

미스치프는 지금의 한국 여성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가장 한국적인 타이포그래피인 거리의 표지판, 옻칠된 장농,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화보를 찍으며 묘하게 촌스러우면서 날 것의 느낌을 내는데 그게 참 간지다. 경계를 부수고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유스컬처와 잘 부합하는 모습이다. 화보의 모델들을 보면 넌 뭐야? 볼 일 없음 꺼져 하는 듯한 표정ㅋㅋㅋ 이런 무드가 팬층을 두텁게 하는 요인 아닐까.

2018 SS Lookbook
2017 FW Lookbook


쿨하고 강한 시스터후드

여성 브랜드라 여성 모델만 쓴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스치프는 여성들의 다채로운 모습들, 여성들의 연대와 시스터후드를 보여준다. 강한 여성들이 모여 파워풀하면서 절제된 이미지를 구성한다. 미스치프는 형태나 색감에 있어서도 과감한 옷들을 선보이는데, 가장 큰 특징은 볼드한 타이포그래피다. 미스치프 로고 하나만 박아도 아주 강렬한데 이 또한 군더더기없는 미스치프의 멋을 보여준다.


주류 브랜드와의 협업

스트릿 브랜드의 행사에서 매번 빠지지 않는 미스치프. 반스, 라이풀, 베르디,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들과도 협업해왔다.

Verdy의 Girls dont cry와의 콜라보
Vans, Liful과의 콜라보
Strictly Vinyl과의 콜라보


이름 뜻 그대로, 장난스러운 귀여움

미스치프의 팬이라면 스티커 몇 장 정도는 모으고 있을 것이다. Mischief는 아이들의 장난을 의미하는데, 아주 작은 요소들이지만 미스치프의 키치함과 장난끼, 날 것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굿즈들로 간결하게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요란하지만 선명하고 단순한 비주얼.


시즌 런칭의 새로운 방식

2018FW의 경우 한 달 넘게 매주 파티를 했다. SS때는 클럽 모데씨와 핸즈에서 열렸다. 미스치프와 같은 결을 지닌 DJ와 아티스트들과 함께 미스치프의 문화를 향유하는 이벤트를 구성한 것인데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비주얼, 제품,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모두 일관되게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멋지다.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브랜딩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진정성있게 실질적인 감동을 주는 브랜드가 몇 없죠. 그래서 제가 좋아했던 3개의 브랜드를 소개해봤습니다. 여성을 위한다는 것, 여성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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