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의 디자인 블로그과 프로젝트 소개
초국적인 IT기업들 -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은 서비스의 아주 작은 피쳐 하나만 바꿔도 모두가 주목한다. 새로운 컨셉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들인 만큼 그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항상 궁금해지곤 한다. 디자인 블로그의 글과 오픈소스들이 새로 업데이트될 때마다 꼬박꼬박 보고 있고 나에게 큰 영감과 동기가 되기 때문에 공유해본다.
구글의 디자인 블로그(링크)는 소개할 블로그들 중 가장 훌륭하고 풍성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과 기술의 미래를 위해 기여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타이포그래피 컬렉션(링크), 인공지능 컬렉션(링크) 등 카테고리 구분도 섬세하다. 유튜브 영상, 팟캐스트, 외부 컨텐츠들 연계도 잘 되어있고, 디자인이 깔끔해서 읽기 편안하다.
머테리얼 가이드(링크)에서는 구글이 만드는 UI표준을 어떻게 구현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곳이다. 아이콘, 레이아웃, UI키트 등의 소스를 풍부하게 제공해주고 있고 적용된 예시 앱들까지 소개해주기 때문에 친절한 자습서라고 할 수 있다.
대천사 갓구글의 구글폰트(링크)는 누구나 저작권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폰트들을 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130여 개의 언어로 884개 폰트가 등록되어있는데 필터링 옵션도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다. 코드만 긁어다가 스타일 시트에 붙이면 되서 매우 간단하고, 완벽하게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플러그인의 수도 방대하다. 디자인과 기술의 발전에 언제나 열린 태도로 달려나가는 모습이 멋지다.
구글에서 매년 진행하는 디자인 컨퍼런스 SPAN(링크)도 소개해보려한다. SPAN은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세미나, 워크샵, 전시 등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행사다. 매번 실험적인 웹디자인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것도 꼬박꼬박 방문해본다. 2017 SPAN 디자인에 대한 글(링크)도 재밌으니 참고해보시길. 언젠가 웹사이트 말고 실제 컨퍼런스에 방문하고 싶다...
모두들 Google I/O는 알면서 SPAN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론 I/O는 약 10년 정도 된 거대한 개발 컨퍼런스고 SPAN은 5년 밖에 안되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비교할 수 없게 커서 그런 것 아닐까. 디자인도 일반 기술 분야만큼 유용하고 미래적이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와 주거, 여행과 문화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버린 서비스다. 전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인만큼 모두를 고려하고 모두에게 배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디자인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더라. 디자인 블로그(링크)에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다양한 컨텐츠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 속한 집주인과 여행자가 사적인 공간을 공유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아주 흥미롭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공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서비스인 만큼 여러 국가의 특색있는 모습들을 Photo Mixtape 시리즈(링크)로 소개하기도 하고, Creative Evolution 시리즈(링크)로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며 그 도시와 문화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여행과 주거에 대한 서비스다 보니 문화 컨텐츠들에서 영감을 얻는 듯했다.
에어비앤비가 만든 오픈소스 툴도 있는데, 애니메이션 변환 툴 로티(링크)다. 영상 제작 프로그램 에프터이팩트에서 만든 모션을 JSON으로 변환하는데, 거의 디자인한 거 그대로 변환되기 때문에 개발자가 다시 작업할 일이 거의 없다.
사실 나는 영상을 잘 못해서 로티를 정말 작은 요소에만 사용해봤는데, 최근 라인 메신저에서 로티를 화려하게 잘 활용한 이펙트(원문)를 봐서 공유해본다.
글로벌 기업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디자인,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좋은 도구를 만들고 함께 개선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개발의 경우 협업하고 참고할 수 있는 게 코드라는 형식으로 명확히 존재하지만, 디자인은 그게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기술과 디자인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모습들을 보면, 나도 디자인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페이스북 디자인 블로그(링크)는 시각적인 즐거움보다는, 더 편리하고 사용자 경험을 위해 기능들을 어떻게 개선하고 추가해왔지를 구체적으로 공유해준다. 최근에 봤던 글(링크)이 흥미로웠는데, 뉴스피드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글을 접할 때 어떻게 믿을 만한 매체인지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글이었다.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은 인포메이션 아이콘과 관련 글, 매체 소개 팝업을 넣었는데 소소한 개선이지만 논문과 유저 리서치, 프로토타이핑까지의 대장정을 공유해주니 유익했다.
페이스북은 iOS UI 키트 등 다양한 디자인 소스들(링크)도 제공하고 있다. 거의 복붙만 하면 될 정도로 완성도 높고 깔끔하다. 메시지 UI, 사운드 키트 등도 제공하고 있어 정말 사소한 요소 하나 하나까지 디자이너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 프로토타이핑 툴 오리가미(링크)을 만들었다. (벌써 이게 4년 전이라니...) 아마도 국내에선 프로토파이, 프레이머, 인비전 등을 많이 쓰는 듯하고, 나는 프레이머와 프린시플 밖에 안 써봐서 오리가미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페이스북 디자이너 분들의 글을 보면 내부에선 거의 오리가미를 쓰는 것 같고, 인터렉션은 코드프리로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Hi-fi로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위 세 개의 기업 외에도 대기업과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디자인 에이전시들의 블로그도 눈여겨 볼만하다. 제일 소개하고 싶은 곳은 Frog Agency의 블로그이다. 1969년 디자이너 하르트무트 에슬링거가 독일에서 만든 에이전시로 초기엔 애플, 소니와 하드웨어 디자인을 진행했고 요새는 아우디, 포르쉐와 자동차 내에서의 디지털 경험 디자인, UBS, GE 등과 IoT기기와 연동되는 서비스를 해왔다. 프로그 내부에서 진행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은 사회적 활동에 기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더욱 흥미롭다. 이를테면 디자인적 사고로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가이드하는 방법을 툴킷으로 만들어 배포하고(링크), 환경 데이터 수집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들을 제안(링크)하기도했다.
프로그의 디자인 블로그 Design Mind는 요새 트렌디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디지털 프로덕트를 진행하는 디자이너 분들께 영감을 줄 것 같다. 이를테면 핀테크 서비스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다거나(원문), 자율주행의 미래에 대한 리서치(원문)를 공유해주기도 한다.
아이데오는 소개를 할까말까 고민하긴 했지만 아이데오의 모든 글을 번역/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글이 많아서 짧게 소개해본다. 아이데오(홈페이지)는 1978년 스탠포드 출신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를 비롯한 4명의 공학도와 디자이너로 출발했고, 현재는 다섯개 정도의 회사를 합병해 700여 명의 직원을 둔 거대한 기업이 되었다. 1980년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에 쓸 마우스 디자인을 아이데오에 의뢰한 것이 아이데오의 시작. UX 디자인 프로세스, 인간 중심 디자인 등 여러 디자인 방법론들을 실제 업무에 제대로 적용한 최초의 회사라고 할 수 있고, 현재 CEO를 맡고 있는 팀 브라운도 디자인과 기술,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강연을 수없이 했고 훌륭한 책도 많이 썼다.
요즘의 디자인이 트렌디한 멋, 스타일에 치중하고 있다면 아이데오는 디자인의 본래적 의미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를테면 좀 옛날 일이지만 대장암 자가키트 디자인, 무인 주유기 디자인, 빈곤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집안 위생 관리 솔루션 등을 진행했다. 최근엔 모유수유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었더라. 디자인으로 정말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 중인 아이데오. 현재는 사회기여활동을 하는 비영리 기관을 ideo.org
로 분리했다.
IDEO의 디자인 블로그는 특이하게도 이름이 있다. Inky라는 이름의 문어인데, 문어는 깊은 바다에서 조개를 주워모아 집을 짓고, 돌 갯수까지 맞춰 담장도 만들고, 아쿠아리움에서 영리하게 탈출하기까지하는 똑똑한 동물이다. 블로그를 의인화해서 문어로 부르는 게 참 귀엽다ㅋㅋ 이름의 유래(원문)도 아주 소상하게 적어놨더라.
블로그에는 디자이너가 블록체인을 배워야하는 이유(링크), 제스쳐를 고려한 디자인, AI의 미래 등 트렌디한 주제들(링크)도 많고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매거진, 효과적인 업무 방식 등 문화에 대한 글도 있으며, 사소한 취미 공유 글까지 아름답게 조판된 다채로운 주제들이 한가득이다.
챙겨보는 디자인 블로그와 오픈소스들을 소개해봤다. 이미 많은 디자이너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지만 한 번 정리해보며 나도 다시 들어가 좋았던 글들을 읽어보니 여전히 좋았고, 기록의 중요성을 더더욱 느끼게 됐다. 작은 것도 기록하다보면 완전히 내 것이 되는 기분이랄까. 보이지 않는 영역이 더 큰 게 디자인이다보니 초거대 기업들이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읽는 게 정말 즐겁다. 다음 글에선 국내 기업들의 디자인 블로그를 돌아보려 한다. 추천하고 싶은 디자인 블로그가 있다면 함께 공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