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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Jun 11. 2020

브랜딩에 모션이 필요한 순간

원밀리언 리브랜딩으로 본 시그니처 모션

브랜드 디자인의 맥시멀리즘이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인 요소였던 로고, 컬러, 타이포그래피 등을 통한 브랜딩은 기본이고, 공간, 패키지, 웹사이트, SNS 마케팅도 필수가 되었다.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최대한으로 동원되고 있는 지금, 그동안 마이너한 디테일이라고 여겨졌던 모션에 관심 가질 때다.




모션을 가장 잘 활용한 예로 원밀리언 스튜디오 브랜딩을 소개한다. 올해 초, 캐나다 몬트리올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TUX에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원밀리언 스튜디오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댄스 스튜디오로, 안무 창작, 대기업과의 콜라보, 강습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에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되어 백만 구독 달성, 현재는 2,000만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예전부터 열심히 봤어서 그 히스토리를 조금 기억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로고와 유튜브 커버는 둥글둥글한 모양새였다.

2019년까지의 로고. 지금의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다
로고에서 파생했는지 커버 모서리를 둥글게 깎았다.


올해 초 리브랜딩된 로고는 기존의 1M이라는 심볼을 유지하면서 더 단단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어찌보면 미스치프 같기도 하고, 워낙 두꺼운 산세리프로 때려박는 브랜드가 많아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눈에 띈다.

출처 : TUX 비핸스 https://www.behance.net/gallery/89288615/1MILLION-DANCE-STUDIO


1M만 뒀으면 매우 심심했을텐데 풀네임인 1MILLION으로 표기한 후 약간 끈적한 효과를 주고, 이것저것 텍스트를 나열해서 소위 말하는 힙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와 여러 굿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전화번호와 메일주소까지가 한 덩어리의 로고로 처럼 보인다.

전화번호 바꾸면 큰일날 티셔츠


서체는 그로테스크 계열의 Grot12를 메인으로 활용했다. 로고는 Grot12 Extended Bold를 바탕으로 다듬은 형태로 보인다. 자족이 아주 다양한 서체여서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적합한 서체라고 생각한다.

출처 : a2 type www.a2-type.co.uk/grot12
해당 서체를 적용해 썸네일도 잘 정돈되어 가고 있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역시 모션이다. 대부분의 댄스 유튜브 계정들은 그냥 제목을 띄우거나 어디선가 무료 에펙 소스를 따온 것 같은 인트로를 사용하는데, 이번 리브랜딩에서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 인트로 모션이다. 1M이 스크린을 압도적인 사이즈로 가득 채우고, 옆으로 회전하며 사라진 후 노래 제목이 뜬다. 아무도 따라할  없는 1M만의 시그니처 모션을 만들어낸 것.

댄스 스튜디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브랜딩 요소로 모션을 선정하고, 단순한 모션이 아니라 아무나 따라할 수 없을 기술적인 요소를 넣은 것이 훌륭하다. 인트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에서 상하 혹은 좌우로 글자가 넘어가는 모션을 활용하고 있다. 역동적인 텐션으로 속도감이 느껴진다.

원밀리언의 키네틱 타이포그래피
투명하게 주위를 도는 로고 모션
원밀리언 인스타그램 컨텐츠

춤 → 움직임 → 모션 디자인이라는 맥락에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사례이긴 하지만, 움직이는 모든 것은 멈춰있는 것보다 사람의 시선을 끈다. 당연히 2D보다는 3D가, 멈춰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화려하고 자극적이기 마련이다. 훌륭한 로고도 중요하지만 컨텐츠에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 너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상황이고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끌기 위해선 시간의 축까지도 활용해야한다.




원밀리언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모션이 브랜딩 요소로 반영된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한다. 넷플릭스는 Stack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사용하고 있는데, 작년 10월 브랜딩 에이전시 BMD에서 쌓이는 아이덴티티를 확장하고 트랜지션에 활용할 수 있는 모션을 만들었다.

컨텐츠들이 쌓이는 컨셉 (출처 : BMD 비핸스)

넷플릭스 브랜드 사이트에서 좌우로 쌓이면서 넘어가는 모션을 볼 수 있다. 약간 무거워보이지만 면이 겹쳐진 형태인 넷플릭스 로고와 아주 잘 어울린다. 컨텐츠가 '쌓인다'는 단순한 컨셉이라 어디에든 활용하기 수월할 것 같다.

넷플릭스 브랜드 사이트의 페이지 트랜지션


앱에 반영된 것들은 위 사례들과 맥락이 잘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브랜딩에 일조하는 디테일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트위터가 커지는 스플레시 모션은 쫀득쫀득한 속도감이 느껴져 열 때마다 기분 좋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애플 뮤직의 가사도 시그니처 모션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드럽게 블러 처리된 앨범 커버가 계속 움직이고 아래부터 하이라이팅되며 올라오는 가사의 움직임은 애플이기에 구현할 수 있었던 결과물이다. 이는 '음악'의 시간성과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워낙 기술이 발달한 시대이기 때문에 개발 구현의 리소스가 어려워서, 혹은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모션을 포기하는 일은 줄어들었다고 본다. 설령 리소스가 들더라도, 감수하고 이런 디테일에까지 브랜드의 숨결을 불어 넣을 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참고자료

원밀리언 리브랜딩

넷플릭스 Stack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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