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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Feb 26. 2022

사주로 본 내 에너지는? Matrix5 제작기

비주얼, 라이팅, 개발까지 고군분투한 사이드 프로젝트

사이드 프로젝트를 주기적으로 해왔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하거나 그래픽 작업을 해왔을 뿐, 어떤 서비스를 만든 적은 없었다. 언젠가 간단한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든 이 작고 귀여운 서비스의 제작 과정과 결과물을 소상히 공유해본다.



어쩌다 사주

MBTI가 이제는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버렸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MBTI가 뭐냐고 물어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일상이 되어 버린 것. 어느 날 여느 때처럼 MBTI로 가득한 대화 사이를 비집고, 새로 온 회사 동료가 사주를 봐주었다. 사주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게 공부의 영역이었다는 것, 사주에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가 있다는 것에 홀린 듯이 빠져버렸다. 갑자기 MBTI가 16가지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사주에 대해 모를 땐 타로 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것은 2,500년 전부터 존재했던 동양 철학이자 통계였고 사주명리학은 우주를 이해하는 멋진 학문이었다. 이후 약 두 달 동안 책과 유튜브를 보며 사주를 공부했다.

사주 공부의 흔적들...


공부하다보니 사주의 원리가 정말 방대하고 복잡했다. 혼자 콘텐츠를 다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UX Writer 소금님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고, 개발자 모카님이 개발을 맡아주셨다.




목화토금수, 오행

처음엔 사주가 네 개의 기둥이라는 의미이므로 4Pillars, 혹은 사주팔자가 8개의 글자이므로 8Letters 같은 이름을 지을까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주는 ‘오행’이 중요한 요소다. 목, 화, 토, 금, 수 5개의 기운으로 우주 만물을 파악하기 때문에 Matrix5, 말 그대로 “오행”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실제로 매트릭스 파이브의 결과도 5가지 컬러로 이뤄져 있다.



최소한의 기능만 담기

사주는 연, 월, 일, 시 4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는데, 연주는 나의 조상, 성장 배경을, 월주는 부모, 형제를 의미하고, 시주는 나의 자녀와 미래, 노년 등에 대해 말해준다. 사주의 ‘일주'는 무려 60개가 있다. 연, 월, 일, 시의 경우의 수까지 더한다면 셀 수 없을 정도의 결과가 나온다. 사주명리학을 10년씩 공부하는 분들이 왜 10년이 걸리는지, 배우고 나서도 왜 계속 공부해야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중에 이런 전문적인 정보도 다룰 수 있기를…



그래서 MVP로 60개의 일주만 다루기로 하였다. 일주가 나의 정체성과 성향을 의미하고 현재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일주론에 따라 만드는 게 현대인에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사실 ‘태어난 시’를 포함하지 않으면 정확한 일주가 아닐 확률이 있는데 일단 MVP에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를테면 23:00~01:00에 태어난 분들은 본인의 일주가 다르게 나온다. 이는 사주의 원리 상 다음 날로 넘어가는 시간에 태어나면 그 다음 일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간도 포함하겠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십이운성이나 살, 귀인의 개념도 모두 버리고 최소한의 해석만 붙여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종종 컨텐츠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받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버릴 수 있는 건 다 버렸다.


결과적으로 화면은 첫 페이지, 생년월일 쓰는 페이지, 일주 동물 보여주는 페이지, 내 기운에 대한 설명 페이지까지 총 네 페이지 밖에 없었다.




60+60, 120개 그리고 글쓰기

사주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해석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를테면 나는 병진일주인데, 병은 큰 불, 큰 태양을 의미하고 진은 용을 뜻한다. 나의 일주 동물은 붉은 용이고, 자연으로 해석하자면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을 의미한다. (물론 사주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고, 저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아주 정확한 해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면 굉장히 매력적인데 그동안 어려운 한자로, 알 수 없는 도식으로 보여져 사주를 더욱 오래된 철학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용적으로, 시각적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픽은 스플라인 Spline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https://spline.design/ 전에도 써본 적이 있지만 60개를 그려야하는 만큼 가벼운 3D 툴이 필요했고, 웹에 넣으면 인터렉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반응하는 결과 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렉티브하게 만들고 싶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빠르게 그리기 위해 기본 도형으로 자연물을 비유해서 그렸다. 목화토금수 5가지의 메타포를 잡고 컬러만 베리에이션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같은 바위에 컬러만 다르게 적용하여 "뜨거운 햇살을 받은 바위"와 "크고 웅장한 바위"를 만드는 식이다.


정원의 경우 "눈 내린 정원"과 "태양이 내려온 정원"을 아래와 같이 변형하여 그렸다. 아시다시피 태양은 불의 기운이며, 정원은 흙의 기운이다. 5가지 컬러, 5개+a의 모티프를 잡아 이리저리 변형해가며 그래픽을 제작했는데, 이게 유리 뒤에 컬러를 넣는 거라 각도를 틀어가며 우연하게 얻어 걸리는(?) 예쁜 비주얼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스플라인은 버그가 많았고 오류나서 꺼지는 상황이 정말 많이 발생했으며, 모델링에 적합한 툴이 아니어서 이럴 거면 그냥 C4D로 할 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도 스플라인에 노이즈를 넣은 유리 질감이 독특하고, 반투명 유리 뒤로 번지는 빛이 오묘하게 신비로워서 꾸역꾸역 참고 스플라인으로 그렸다.


 60개만 그리면 될 줄 알았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지라 60개를 그린 후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수정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비주얼을 완성하는데 3주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동물의 경우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개*오행(목화토금수) 였으므로 다행히 12개만 그리면 되었다.


글의 경우 소금님과 함께 기존 사주의 어려운 용어를 모두 버리고 쉽게 풀어썼다. 해당 일주의 장점 위주로 써서 매트릭스 파이브의 설명 글 그대로 “내 안의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문구로 풀어냈다. 소금님 또한 메인 타이틀 60개, 본문 60개를 합쳐 120개를 작성하셨다. 생각보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약 두 달은 공부하고, 한 달은 각자 그림 그리고 글 쓰고, 한 달 동안 개발하니 꼬박 4개월이 넘게 소요되었다. 생각보다 큰 작업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사주 전문가를 초빙해 우리가 공부해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나았을 것 같다ㅎㅎ…

이런 그림과 글이 60개




4일 만에 7만명 방문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공유할지 몰랐는데 오픈하고 제대로 광고하지 않았음에도 순수 바이럴로 4일 만에 7만명이 방문했다. Matrix5를 만든 나와 소금, 모카님이 각자의 지인에게 종종 보여주던 것이 갑자기 터져서 2월 7일 경 갑자기 3만명이 들어온 것이다. 지금은 그 성장세가 조금 꺾여서 2주 동안 사용자가 16만명이 되었다.


이렇게 바이럴에 강한 컨텐츠는 초반 홍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처음에 구글 광고를 붙이려고 했지만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3번이나 거절 당했다. 그래서 수익을 포기하고 그냥 오픈하기로 했다. 다들 광고 붙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붙일 수가 없었던 슬픈 현실…



두번째 이터레이션

애초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해외에 사주라는 컨텐츠가 인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간이 다소 오래걸리긴 했지만 Matrix5 한국어 버전을 먼저 오픈하고, 2 후에 영문 버전을 업데이트 했다. (일단 파파고를 돌려서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많다^^…)


해외에서 한류의 영향으로 띠의 개념을 려져있고, 매년 Lunar Year 상징 동물을 (올해는 호랑이) 패션 업계에서 활용하고 있으니 사주도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한국 방문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사주를 소개하는 영문 컨텐츠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차근차근 해외 타겟으로 홍보를 해보려 한다.


첫 3만명 방문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이 “나는 원숭이 띠인데 결과엔 닭이라고 나와요” 같은 질문이었다. 첫 페이지에 간단하게 이것은 ‘일주’라고 해놓았지만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 이번 업데이트에 설명을 추가했다.


더불어 구글 광고는 못 붙였지만 아쉬운대로 토스아이디와 Buy me a coffee를 붙였다. 토스아이디로 소소하게 500원씩 들어오는데 몇 주 모으면 치킨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움이 되셨다면 복채 500원!


배포까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인스타그램에 “세련된 사주”라며 공유해주시는 분들, 글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는 분들을 볼 때마다 감동 받았다. 아직 부족한 면은 많지만 천천히 디벨롭해보려 한다. 사용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 일주 보러가기

https://thematrixfive.com/


Matrix5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trix.five/






제작자

비주얼 @outlines https://instagram.com/about.jiyoon

콘텐츠 @andsalt https://brunch.co.kr/@andsalt

개발 m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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