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숙박, 하이킹, 놀이
처음 미국의 국립공원 (National Park, NP) 을 방문하였을 때,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기한 풍경과 그 넓은 크기에 입이 떡 벌어졌었다. 하나하나 다 둘러보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짧게 짧게 금방 보고 떠나야 할 때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떠날 때가 되면 항상 아쉬운 국립공원 여행을, 더 즐겁게 여행하고 기억에 많이 남게 하는 팁들을 생각하여 정리해 보았다.
미국 국립공원의 평균 입장료는 $35정도 하는 것 같다. 연간 회원권은 현재 $80인데 (2023년 11월 기준), 3곳 이상을 간다고 생각하면 이것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다. 연간 회원권은 구매한 달부터 12개월간 유효하고. 이 연간 회원권으로는 국립공원(NP) 뿐만이 아니라 National Monument, National Historical Site 등 Forest Service, National Park Service, Fish and Wildlife Service, Bureau of Land Management, Bureau of Reclamation, U.S. Army Corps of Engineers 등에서 관리하는 2,000개 이상의 곳에 입장이 가능하다.
이 연간 회원권은 공원 입구에서도 구매할 수 있고, 공원 입구에 확인하는 Ranger가 없는 곳이라면 Visitor Center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며 온라인 (https://shop.usparkpass.com/products/america-the-beautiful-national-park-pass)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구매 시에는 집으로 배달 오는데에 시간이 걸려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것을 구매하면 차의 백미러 아래에 달 수 있는 플라스틱 홀더를 같이 주는데, 공원 입장 후에는 그것을 걸어놓고 다니면 된다. 구매 후에는 카드 뒷면에 사인을 하고, 다음번 공원 방문 시부터는 공원 입구에서 사인을 한 사람의 신분증과 같이 제시하면 확인 후 입장이 할 수 있다.
번외로, 미국의 초등학교 4학년이라면 학년이 시작하는 9월부터 그다음 해 8월까지 1년 동안 무료로 국립공원에 입장 가능한 "Every Kid in a Park Annual 4th Grade Pass"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홈페이지 (https://everykidoutdoors.gov/index.htm)에 들어가서 바우처를 출력해서 공원에 들고 가면 패스로 바꿔준다. 혹시나 아이가 해당 학년일 때에 미국에 연수를 오거나 하여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국립공원의 가장 최신 정보, 세세한 사항은 해당 공원의 홈페이지에 가장 잘 나와있다. 특히나 갑작스러운 눈/비 와 같은 날씨 변화로 도로가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홈페이지에 빠르게 업데이트해 준다. 우리도 한 번은 눈이 많이 내려 도로를 막아서 오전에는 못 들어가고 있었다가, 오후에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다시 열었다고 되어있어서 부랴부랴 들어간 적이 있다.
또한 지도도 볼 수 있고, 공원 안내 비디오 등을 올려놓은 곳도 있어서 한번 보고 나면 대략적인 감이 잡히고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 더불어 Visitor Center의 운영시간 (크리스마스이브나 12월 31일 등에는 운영시간이 조금 짧아지는 곳들도 있어서 확인이 필요할 때가 있다), 휴무일 등도 상세히 나와있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홈페이지는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공원 매표소를 들어가기 전에 해당 공원의 이름이 적혀있는 작은 조형물이 나오는데, 보통은 밋밋한 네모 간판 같은 곳에 적혀져 있어서 멋지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앞에 서서 사진으로 찍어 놓으면 꽤 근사한 기념사진이 된다. 다녀왔던 곳 중에서는 Sequoia 국립공원의 간판이 특색 있어서 인상 깊었던 것 같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매표소에서는 입장료를 징수하면서 지도 및 Newspaper라는 신문 형식으로 된 Visitor Guide를 나눠준다. 혹시나 받지 못했다면 추후에 Visitor Center에서도 받을 수 있다. 이 팸플릿에는 공원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과 공원 내 정보, 하이킹 코스 등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 알찬 공원 방문에 큰 도움을 준다.
Visitor Center 내에는 공원 Ranger 가 상주하면서 관광객의 질문에 답을 해준다.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길이 막한 곳이나, 그날 있는 여러 프로그램 등의 정보도 알려준다. Visitor Center에는 공원을 즐기는 데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꼭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Visitor Center 한 켠에는 Stamp Station이 있다. 국립공원의 이름과 위치한 도시 및 주(State), 그리고 방문한 오늘의 날짜가 새겨져 있는 도장이다. 이런 도장을 찍어오면 나중에 내가 언제 어느 곳을 갔었구나- 하고 기억이 쉽게 난다. 이 도장을 찍는 Passport to your Natioanal Parks 라는 수첩도 판매하는데, Visitor Center 내의 Gift shop에서, 혹은 국립공원 관련 물품을 파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나는 이 Passport를 구매하여 이곳에 도장을 찍고 있다. 이 Passport 내에는 도장을 찍는 곳뿐만 아니라 스티커를 붙이는 곳도 있는데, 여기에 붙이는 기념 스티커 역시 Gift Shop에서 팔고 있다. 혹시 이 Passport를 깜빡하고 들고 가지 않았거나, 찍을만한 곳이 없을 때를 배려하여, 몇몇 곳들에서는 종이를 작게 잘라놓아 이곳에 도장을 찍어가게 해 놓았었고, 나 역시도 그 Passport를 놓고 가서 이 종이에 도장을 찍어와서 붙인 적이 있다. 물론 이 Passport라는 것을 구매해야만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곳 어디에든 도장은 찍을 수 있기에, 본인이 잘 간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곳에 도장을 찍어서 그곳에서의 기억을 되살릴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수의 Visitor Center 내에는 작은 상영관이 하나씩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공원을 소개하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꽤 잘 만들어진 비디오 들도 있어서 보고 나면 공원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찾아가 보고 싶은 곳들이 생기기도 한다.
(위 사진) Saguaro National Park (Arizona) 에서는 비디오 상영이 끝난 후 스크린이 올라가자 스크린 뒤에 숨어있던 창이 나타났다. 깜깜했던 상영관 내가 햇빛으로 환하게 바뀌면서 선인장들이 나타났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많은 Visitor Center 내에서는 Ranger Station과 Gift Shop 뿐만이 아니라 잘 꾸며진 관람실이 존재한다. 물론 그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그래도 꽤 알차게 꾸며 놓아서, 그곳을 둘러보면 해당 국립공원에 대한 지식들을 많이 습득할 수 있었다. 어떤 곳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놓아서 아이들이 신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레인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레인저와 함께 낮 동안에 하이킹을 가는 프로그램도 있고, 밤 하늘을 함께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나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이렇게 레인저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참여해 보고 싶다.
Junior Ranger 프로그램은 다른 포스팅에 따로 자세히 언급하려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 덕에 국립공원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하며, 공원을 방문해서는 Junior Ranger 책자를 완성하느라 열심히였다.
Visitor Center에서 Ranger에게 문의하여도 잘 알려주며, 공원 안내 Newspaper에 공원 내 하이킹이 가능한 곳과 대략적인 길이, 걸리는 시간, 특징 등이 잘 정리된 표가 실려 있다. 이를 보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곳을 골라서 적어도 한 곳 정도는 하이킹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어려서 몇 시간씩 걸리는 힘든 코스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하였는데 "Easy" 카테고리 내에 있는 1마일 이내의 짧은 코스들은 웬만하면 다 가보려고 노력했고, 조금 긴 코스 중에서도 너무 힘들기 전까지의 구간은 조금 걸어갔다가 돌아오기도 했었다. 평소에는 걷다가 금방 짜증 내고 힘들어하다가도, 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려 하면 서로 앞장서서 걸으려고 하며 너무 좋아했다. 각각 공원마다, 공원 내에서도 하이킹 코스마다 특색이 있고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하이킹은 언제나 즐거웠었다.
미국의 국립공원 중에서 그 크기가 큰 공원은 정.말.로. 크다. 처음에 나는 지도를 보면서도 실감이 잘 안 났었는데, 직접 가 보면 그 크기에 압도당하곤 했었다. 그래서, 공원 입구 간판에서 사진도 찍고, 매표소도 지나서 이제 공원 시작이구나- 하고 있는데 아무리 길을 가도 Visitor Center가 나오지 않는다. 한 시간쯤 산 넘고 물 건넌 후에야 Visitor Center가 나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나오는 곳들이 있다. Yosemite Natioanl Park가 그런 공원 중 하나였는데, 여기는 인기가 많은 곳이라 입장을 하는 데에도 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Yosemite Valley는 남쪽 입구로부터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공원 내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관광지까지 가고 나오는 데에만 왕복 두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때문에 웬만하면 공원 밖보다는 공원 내에서 숙박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과 별개로 또 공원 내에서의 숙박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공원 내에서 숙박은 자연을 느끼고 접하기가 좋아서이다. 인공적인 빛이 최소한으로 제한된 공원 내에서의 밤하늘은 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고, 풀밭에서 뛰어놀던 사슴이 Lodge 안의 우리 방 발코니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나타났을 때에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캠핑카를 빌려서 갔던 Joshua Tree NP Campground는 그 안에서 각가의 캠핑 사이트마다 꽤 떨어져 있어서, 흡사 그 큰 공원 안에 우리 가족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으며 덕분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텐트를 치고 자는 캠핑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자는 것도 정말 좋았다는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어서 국립공원 내의 Campground에서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공원 내의 숙박은, 인기가 많은 곳은 내가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Campground 중에는 당일에 선착순으로 받는 곳도 있어서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이 어떤 식으로 예약되는 곳인지 미리 확인해 보고 그에 맞춰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Lodge 등은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최신의 시설을 기대할 수는 없고, 그런 시설에 비해서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상황이 된다면 공원 내에서 적어도 하루쯤은 묵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일출, 일몰 및 밤하늘 구경은 공원 내의 숙소에서 묵을 때에 상대적으로 더 쉽게 시행해 볼 수 있다. 공원마다 일출, 일몰이 멋진 곳이 적어도 한 곳씩은 있는 것 같고, 그곳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멋졌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과는 정말 그 느낌이 너무 달라서, 직접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새삼스럽게 자연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뜨고 지는 해 자체도 멋있지만, 그 해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만들어내는 광경은 같은 장소에서 또 보더라도 볼 때마다 달라져서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하지만 이런 멋진 일출을 볼 때는 아무리 여름이라도 그 기온이 꽤 낮아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본 적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것조차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밤하늘의 구경은 수많은 별 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포인트인데, 별자리를 알려주는 앱을 이용하여 해당 별자리가 무엇인지도 확인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별은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달빛이 너무 환해서 잘 보기가 어렵고, 최대한 달빛이 없는 날에 잘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달 때문에 별을 못 보는 날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큰 보름달 자체도 멋져서 그 아쉬음을 달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미국에서 가 봤던 국립공원들은 하나같이 특색이 있었고, 거기에서 보냈던 시간들로 인해서 우리 가족만의 즐거운 추억이 쌓였으며, 국립공원의 방문은 자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도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다음 여행에서는 어느 국립공원을 가 볼까, 가면 무엇을 보고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여행 계획을 짜다 보면 너무 신이나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이 글이, 미국 국립공원을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분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방문 후에는 나 처럼 미국 국립공원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