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강조하지만 무시하는 사회
내 취미는 독서와 헬스장 가기다. 굳이 한 가지로 줄이라면 독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독서라고 대답하기가 민망하다. 대답을 듣는 사람도 그다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지 않다. 소개팅에서 독서를 언급하면 재미없고 진지하기만 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자전거, 테니스, 낚시 등 각자가 영위하고 있는 취미의 장점을 설파하며 '제대로 된' 취미 하나쯤은 가져야 좋다고 충고하기도 한다. 대학 동아리나 취업 원서의 자기소개서에도 뭔가 취미란에 독서를 쓰자니 없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그러한 충고들이 돈을 쓰거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자신이 체험한 것을 자랑할 수 있거나 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제대로 된 취미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물론 그러한 취미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이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사람들도 많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활동들만이 취미로 인정받고 독서가 대등한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이 자기 PR인 시대에 타인에게 활동의 과정이나 결과를 시각적으로 과시할 수 없기 때문일까. 누구나 성공을 위해, 자기성장을 위해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독서만큼 홀대받는 취미도 없는 것 같다.
타인과 어울리는 취미 활동은 정말 다양해졌는데 왜 속을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더 찾기 어려워졌을까. 정보는 넘치는데 왜 서로 간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진영을 갈라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우기기만 하고 있을까.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많이 어울린다고 좋은 사람이 되고 발전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현대사회의 어울림은 비슷한 성향, 비슷한 수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면서 발전 없이 확증편향과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는 상황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독서로 마음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한 개인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주위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생각과 상식, 가치관 등을 꾸준히 접하면서 사색하는 경험이 축적될 때,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사회,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힘도 길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중년 이후 왕년의 이야기만 하고 라떼 타령을 하게 되는 이유는, 내가 볼 때 그것말고는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변해가는 사회를 이해하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능력을 갖추는 거의 유일한 길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활동적인 취미가 없는 것보다 일년에 책 한권 읽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부끄러운 것 아닐까. 소개팅에서 취미가 독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라면, 자극적인 재미는 덜해도 대화는 통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제는 당당하게 대답할 것이다. 내 취미는 독서다.
P.S. 나는 유부남이다. 부인이 이 글을 읽는 경우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족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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