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by 레퍼런스

얼마 전 포털 메인화면을 통해 한 여의사의 유튜브 영상 캡처본 게시물을 봤다. 요지는, 요즘 완경이라는 말을 쓰지만, 의학 용어로는 폐경이 맞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기다렸다는듯이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키보드워리어들의 댓글잔치가 열렸다. 하지만 난 또 딴지를 걸려고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폐경'이라 번역되는 Menopause라는 말 자체가 19세기 남성 의사들이 만들어낸 용어다. 그들은 여성의 몸을 ‘생식이 가능한가 아닌가’로 나눴고, 생리가 멈추면 기능이 닫힌다고 정의했다.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폐경(閉經)’이라는 말이 붙었다. 닫힘의 언어, 기능 중심의 언어였다. 그러나 생리가 멈춘다고 여성의 삶이 멈추는 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완경(完經), 즉 생의 한 주기를 완성하는 말로 다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건 단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보는 시각의 변화다.


남성도 나이를 먹으면 몸이 변한다. 발기가 안 되고, 근육이 줄어들고, 이전만큼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남성성이 끝나는 걸까? 그렇게 취급된다면 모욕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생식 능력의 유무가 인간의 존엄이나 성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해당 여의사의 “의학적으로는 폐경이 맞다”는 단호함이 아쉽다. 물론 학문에는 정밀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언어의 맥락과 사회적 함의까지 이해하는 감수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의사와 더불어, 모든 영역의 연구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자에게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완경이라는 말은 여성만의 언어가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기술이 아닌 삶의 이야기로 회복하려는 시도다. 닫힘이 아니라 완성, 소멸이 아니라 변화의 언어다. 내 몸의 어떤 요소가 사라져도, 존엄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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