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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Oct 27. 2022

추천도서 - 상냥한 폭력들(이은의)

아직 변하지 않은 세상을 버텨내기 위한 성폭력 대처 입문서

안녕하세요 또다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글쓰기에 많이 소홀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핑계도 있습니다만, 브런치북 <스윗남의 맨박스 탈출 표류기>의 공모전 결과를 본 후에 뭐라도 가끔 쓸까 생각했습니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땐 아무 것도 하기 싫잖아요.


그런데 며칠 전에, 제가 느끼기에는 제 글을 가장 좋아해주시는 구독자 한 분이, 브런치북을 발간하면서 텅 빈 매거진에 구독을 눌러주셨어요. 정말 감사하면서도, 뭔가 너 아직도 놀고 있냐, 글 읽고 싶으니까 뭐라도 빨리 좀 써봐라는 신호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글쓰기 재개를 하지 않더라도 뭐라도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기들 재우기와 운동이 끝난 후 원래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바바리안>을 시청하고 있을 시간인데, 오늘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하루 쉬기로 했습니다. 여담인데 이 드라마는 독일에서 로마제국과 게르만족의 대결을 그린 시리즈입니다. 관심 있는 시대이면 보세요. 참 재밌습니다. 서로를 멸시하면서 내부 단결을 공고히 하고 백성들을 병사로 소모시키는 지배층 간의 대립을 보면 한국 정치판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정말 가볍게 짧게 쓰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잡담을 너무 길게 써버렸네요. 오늘은 가볍게 책을 한권 추천하고자 합니다. 글 제목에 나와있죠. <상냥한 폭력들>입니다. 출판된지는 1년 가까이 되었더라고요. 학교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서 빌려 읽었는데, 나중에 구매해서 제대로 읽고, 아기들이 성장해서 중학생 정도 되면 읽도록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제 막 성인이 된 사회초년생 여성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여전히 남성에겐 관대하고 여성에겐 엄격한 성폭력 피해의 기준에 대한 비판과 그에 따른 담론들은 사실 기존의 여성학 책들에 비해서는 내용이 깊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구체적인 사례 및 여기에서 도출되는 고민 지점을 담백한 문체로 잘 풀어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일반 대중에게는 학술 서적보다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폭력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당장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기존에 접한 책들은, 그 메시지 자체는 울림을 주고 거시적인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있지만, 당장의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사회의 혁신을 요구할 뿐 당장 피해 당사자 개인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론이 담겨 있지는 않았습니다. 차이는 저자의 변호사라는 직업, 그리고 수많은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겪은 피해 여성들의 고민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지독하게 겪어본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초년생 여성들은 선배나 직장 동료 및 상사 등을 만나 겪게 되는 여러 상황에서, 경험 부족으로 인해 자신이 겪는 일이 성폭력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피해는 누적되고, 제대로 저항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피해 사실 자체가 의심받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맥락이 전개되는 과정을 여러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이러한 곤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대응 요령을 말해줍니다. 특히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전까지 취해 놓아야 할 조치들, 그리고 법정 싸움으로 전개되었을 때 가해자 측에 대응하는 행동요령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당장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가해자에게 본격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나중을 위해 최소한 어떤 조치들을 취해 두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사회가 아직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혹은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나중에라도 내릴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직접 읽으면서 느끼고 체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듯 합니다. 


제 딸에게 이 책을 읽히는 시점은 빠르면 12~13년이 지난 시점일 것 같은데, 그때는 이 책을 굳이 읽히지 않아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사회로 변해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오랜만에 뜬 알림을 보고 나름대로 기대하셨을 구독자 분들께는 기대에 어긋난 수준의 글로 실망을 드리진 않았을지 걱정됩니다...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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