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다운
불안과 스트레스 없는 사람 누가있겠냐마는
발달지연의 갭을 조금이라도 따라잡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조급하고, 그 조급함은 불안과 강박을 동반한다. 그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모두가 예민으로 무장하고 사달이 난다.
정말 위험하고 절대 안 되는 것 빼고는 좀 허용적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정말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의 의지로 제어되지 않는 감각추구마저도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려 하고 때로는 강제로 종료시킨다. 그리고 정상발달이라면 시키지 않았을 인지과제를 비롯한 수많은 수업들을 진행하고 끝없이 확인하려 든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주말 고깃집에서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멜트다운, 즉 감각붕괴로 인한 갑작스러운 울음이 터졌다. 요즘 소음에 다시 많이 민감해서 그 가게에서 들리던 작은 소음이 처음부터 신경 쓰이기는 했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추정하기에는 소음에 압도당한 게 아닌가 한다.
젤 처음 여름이의 멜트다운을 인지한 것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가가 옆자리 언니오빠들이 떠들며 노는 소리에 갑자기 일시정지되어서 꼼짝없이 울기시작할 때였다. 특별히 요구사항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이유 없는 울음을 멜트다운으로 이해하고 있다. 달래기도 힘들고 그 사항을 벗어나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 준다. 일종의 떼쓰기인 텐트럼이랑 구분지어서 대응해야 하는데, 특히 잠자기 전이나 새벽에 깨서 갑자기 우는 경우는 아직도 헷갈린다.
이렇게 멜트다운이 오고, 또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 요즘 잘하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불안이 올라왔나 스트레스가 과했나부터 시작해서 오만가지 가능성을 두고 본다. 오늘처럼 수업시간 들어가서 계속 우는 경우는 마음도 아프고 고민도 깊어진다. 보통 일시적인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부하라는 것이 감각도 있지만, 관심 혹은 집중 문제로 입력이 안되던 정보들이 안정되면서 입력이 잘 되는 경우도 급격히 피곤해지고 수면시간이 늘기도 한다. 이럴 땐 따님과 눈치싸움에 승리해서 약한 스트레스상황에서 오는 성취를 이루어 내야 하니, 엄마도 그 수위 조절에 온 신경이 곤드서니 피곤하다.
치료보다 교육에 방점을 두고 육아를 하지만,
감각이나 심리와 관련된 부분은 또 그 결이 다르니 더욱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