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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실패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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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Oct 05. 2016

실패 후에 깨달은 것들

조직 안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실패들 중 아주 미미하게 지나가는 것들도 있고,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실패도 있다. 곱씹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원망도 있고, 자신대한 냉정한 평가도 있다. 실패를 분석하는 이유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것을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으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실패를 분석하다 보면, 자신을 괴롭히게 되는 순간이 있다.
 
몇 해 전  5개월 정도 한 회사의 중간 관리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첫 번째 직장에서는 사원으로 회사생활을 마무리했고, 그 이후 대학 강사로, 또 1인 기업가로 활동하다 보니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나에게 참 낯선 것이었다. 그리고 새로 하게 된 일 또한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강의했던 나의 경력과 지식은 처음 하는 일을 헤쳐나가는 데는 큰 도움되어서, 무리 없이 중간 관리자로서의 업무는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나를 계속 괴롭혔다. 첫 번째는 내가 이론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실제 조직에 적용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스템 안의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조직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행복을 한참 강의하던 차라 우리나라 평균적인 직장인들의 불만과 스트레스, 그리고 업무 강도를 경험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두 번째는  오랜 시간 강사로서 1인 기업가로서의 책임감과 완성도를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직원이면서 오너의 눈으로 다른 동료들을 바라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하기보다는 몰아쳤던 것 같다. 관계의 중요성, 소통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그때의 나는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기 바빴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남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다. 결국 사랑받는 상사는 되지 못했고, 나의 짧은 중간관리자로서의 경험은 끝이 났다.
 
실패를 하면 반드시 그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원망을 품었다가 이내 다 내 잘못인 듯하고 끊임없는 자기 비하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자기를 괴롭히는 것이지 진정한 분석은 아니다. 실패를 분석하는 이유는 다시 그러한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반드시 잘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5개월간의 짧은 직장생활의 실패는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 업무적으로도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내가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가교이자 완충재라는 부분을 놓친 것이다. 팀장이라는 직책 안에는 팀원들의 불만과 원망을 다독여 주는 것 또한 포함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번 실패 후에 내가 깨달은 것들은
첫째, 일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는 것이다. 난 여전히 뛰어난 업무역량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나의 잣대가 아니라 상대방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사람에게 나의 기준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나의 조언은 그 사람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듣기 싫은 잔소리일 뿐이다.
셋째, 어디를 가나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도 나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잘못된 만남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사람에 대한 애정, 세상에 대한 맑은 시선이 나를 나답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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