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숲을 만드는 사람들

[기억하기] 2015년 5월 15일

by 이창우


세월호 참사는 365일에 29일째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기억의 숲'은 5월 16일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황무지에 묵묵히 도토리를 심어 숲을 이루고 다시 텅 빈 마을에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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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곳으로 팽목항을 오고 가는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길목에 첫 번째 나무를 심었고 이후 이 숲에는 천 년을 넘게 살 수 있는 울창한 은행나무 숲이 조성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오드리 헵번 가족이 한국을 방문해서 제안한 프로젝트입니다.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에 나서는 이유는 가족 대 가족으로서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고 마음을 같이 나누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The family of late Hollywood actress Audrey Hepburn unveiled plans for a memorial forest in South Korea to remember the 304 victims of last year’s Sewol ferry disaster. Sean Hepburn Ferrer, the eldest son of the Hollywood icon and chair of the Audrey Hepburn Society, has initiated the project.

“A year has passed and instead of sending flowers to the families, we wish to create something beautiful. We want to create a platform that will bring some feelings of hope and comfort,” Sean Hepburn Ferrer said. “We will create a place from which everyone can work toward the future where a tragedy like this will not repeat itself,” he told reporters in Seoul.

Ferrer, along with his wife and eldest daughter, will plant the first trees on Friday that will eventually form the “Sewol Memorial Forest.”


할리우드 여배우인 故 오드리 헵번의 가족이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304명 피해자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한국에 기억의 숲을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드리 헵번의 장남이자 ‘오드리 헵번 재단’의 이사장인 션 햅번 페러가 이 프로젝트를 발족한 사람이다.

션 헵번 패러는 “참사로부터 1년이 흘렀는데, 우리는 유가족들에게 헌화하는 대신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희망과 편안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모든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서울의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의 아내, 첫째 딸과 함께 페러는 “세월호 기억의 숲”을 형성할 나무들을 돌아오는 금요일부터 심기 시작할 예정이다.

[기사 번역 / 비더슈탄트]


%EA%B8%B0%EC%96%B5%EC%88%B21-300x225.jpg 지난 4월에 오드리 헵번 가족과 함께 심은 30그루의 은행나무가 모두 건강히 자라고 있다.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세월호 기억의 숲’은 지난 5월 15일까지 참여자 2,972 명, 참여금액은 212,296,010원으로 숲 조성기금을 달성해서 현재 진행 중입니다. 1억 원 이상의 조성기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커다란 숲이 조성되며,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의 메시지가 각인된 아름다운 숲 기념물이 만들어집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들어 가는 말입니다. 아마 이 말이 건네는 의미가 너무 달콤해서는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가진다”를 의미하더군요.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죠. 현대에서는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말인 거죠.


하지만 나는 반드시 이 말이 사회지도층에만 해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평범하게 보통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발적인 나눔은 흔하니까요. 다만 굳이 사회지도층을 겨냥하는 것은 반어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주 드문 한국사회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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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젝트가 외국의 한 사람에 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가능해졌다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많은 일이 곳곳에서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죠. 작든 크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연스럽게 작동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집단의 문제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삶의 가치’의 문제는 아닐지요.


돌봄의 공동체를 향한 마음, 그 선함과 진실이 진도 앞바다 그 깊은 바다의 세월호처럼 깊숙이 갇혀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과 함께 그 기억의 숲으로 가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람’이 있음을 다시 느껴볼 수 있으면 싶습니다. 기억의 숲에 은행나무 한 그루의 마음들이 숲을 이루어 노란빛으로 물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져 있을 겁니다. 정지된 시간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재로 돌아올 시간은 또 다른 기억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기억의 숲에 나의 그 마음을 보냅니다.



[세월호 참사] 365일에 2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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