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시국이 시국인지라...

[향기 나는 방] 역사의 현장도 힘겨루기 중

by 이창우


몇 번째의 금요일이지? 그만 숫자를 까먹어버렸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슬슬 꾀가 나더군요. 그놈의 귀차니즘이 나를 꼼짝 못 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되는 무인카페인데치 먼 여행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하는 일이란 그렇지요 뭐. 혹시나... 하다가 역시나. 어쩌면 내 마음이 지나온 시간처럼 열정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움직이기 싫은 마음과 힘겨루기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무인카페에 가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아. 무. 도. 없으니까요. 이게 또 나를 시험하는 겁니다. 언제는 타인의 시선을 생각이나 했던가? 아니. 그래서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무인카페로 갈 준비를 했지요. 또 모르잖아. 누군가 왔다가 실망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그래, 혼자서도 잘 놀잖아. 공간만 바뀌는 거니까. 그래, 잘 생각했어.


역시나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나를 반기는 것은 옅은 커피 향내와 피아노 소리입니다. 오늘은 제목도 모르는 클래식이 흐릅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어 내 자리에 앉았습니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공간, 바깥의 차가운 공기는 감히 들어올 수 없는 방처럼 곱게 놓인 나의 과 자작나무 가구들. 주인장의 장인 정신이 배어있는 곳입니다. 자신이 만든 가구를 전시하는 이 무인카페의 공간은 이 지역에서 특별합니다.




오늘은 중국 작가 모옌의 『개구리』입니다. 첫 장을 넘기면서 이 책의 이야기를 이번에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꽤 쪽수가 나가거든요. 또 몇 장 넘기자 한 사람이 들어와 수다를 떨게 되었거든요. 금요일 만남에 관한 이야기와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과 대낮에 오고 싶어도 못 올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시간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오기는 어려운 시간이긴 하죠. 또 알지도 못하는데 올 리도 없고요.


길을 가다 우연히 무인카페 이야기를 보고 마음이 끌려 단 한 명이라도 오면 돼.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인연보다는 처음 마주할 인연을 바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읽는 문화가 한국에서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사람은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다시, 혼자 남습니다.


작가 모옌이 꺼내 든 이야기는 중국의 '계획 생육' 정책에 얽힌 이야기였습니다. 1980년부터 중국 정부는 '독생 자녀' 정책을 실시했는데 도시와는 달리 농촌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저항이 격렬했다고 합니다. 그 저항의 이야기 속에는 '배신'이 가득했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배신의 정치학이 난무하는 한국에서 대통령을 향한 배신감은 지지율 10% 이하를 가리키고 있네요.


무인 카페에서 이 책을 넘기며 빙긋이 혼자 웃다 말다... 언제까지 미스박이 버틸 수 있을지 숫자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띠롱.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친구가 낼,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이미 지난 주말이네요. 광화문 광장에 간다고 하더군요. 오홍. 실시간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죠. 부디 몸조심하고 귀환하라고요. 물대포는 사라졌으니 작년 이맘때보단 좀 나을 거라고요.


짜잔. 그 친구가 깔려 죽는 줄 알았답니다.



2016년 11월 5일


과연, 무사 귀환한 친구에게 담주는 내가 그 자리를 이어가마. 답장을 보냈지요.


역사의 현장에 선 그대, 축하하고 무사귀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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