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

피터 언더우드/황금사자

by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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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간된 이 책의 대부분은 여러 제목의 책들에서 익숙하게 만나던 내용이다. 특히 재벌 경제 체제 독특함의 부정적인 면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퍼스트 무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에 반가웠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서인지 효율성을 강조하는 내용에서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역시 표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가 접근한 방식대로 각 분야에서 변화가 온다면 가능할 미래일 수 있겠지만, 공동체의 개인이 이런 상황에서 먼저 이루어야 할 것들에 관해서는 미흡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공동체의 고질적인 편견과 이분법의 논리를 리더만의 문제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도 같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가 말하는 변화는 이론에 불과한 일이라 생각하기에.


개인의 자각이 만들어 가는 사회일 때 그 가능성은 열린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리더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무래도 외부에 의한 요구가 아니라면 책의 접근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일상에서 개인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읽는 내내 떠올랐다. 대부분은 알고 있던 이야기라 그런가 하다가도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일이 경제 성장만을 겨냥하는 것 같아서 크게 감동하지는 않았다. 그의 애정과 충고에 충분히 공감하는데 마음 깊이까지 다가오질 않았다.


삼성을 이용하고 삼성이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으로 생각하는 주변 대다수를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 저항의 시작으로 삼성 제품을 소비하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그런 내가 이상스러운 눈초리에 근거를 댄다 한들 설득은커녕 현실의 장벽에 벅차다. 몇 날 며칠을 이야기 한들 일상에서 삼성이 지닌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미디어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자동 반복 기계처럼 무조건 수용하게 된다. ‘저녁이 있는 풍경’이란 구호로 대선에 나섰던 후보가 생각난다. 참으로 근사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우리에게 저녁 풍경은 TV를 바라보며 뒤통수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드라마에 열광하고 자기계발서의 뻔한 문구에 자신을 부추기며 열광하는 나라이다. 한국영화를 보고 싶어도 시간 맞추기가 너무 번거롭도록 드문 상영 횟수에도 불평 없는 곳이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대형 극장을 가득 채워도 그런가 보다 하며 낄낄거릴 수 있는 나라이다. 본 영화가 상영되기까지 십 여 분을 광고로 기다리며 팝콘을 먹는 시간을 배려해준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치겠다 한국, 헬조선이다, 중얼거린들 변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무관심에 지칠 만큼 지치며 살아야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퍼스트 무버의 시대, 그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변화하게 할 정치에서부터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동, 그리고 나.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저자는 리더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 리더들이 변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나부터 시작될 퍼스트 무버로 가기 위한 첫걸음, “자기로부터의 혁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읽혔을까를 생각했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 거칠게 말하자면 읽을 수 없게 만든 나라에서 자기를 보존하며 자기답게 살아가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 그것이 혁명이라 생각한다. 퍼스트 무버라면 그의 손에는 책이 늘 떠나지 않으리라. 이 생각 또한 나의 시선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우리는 살아갈 것이긴 하다. 시간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것만 기억할 수 있다면 굳이 퍼스트 무버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데 문제는 없다. 그 흐름만 알아차릴 수 있다면 주체는 바뀌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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