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J'accuse)

소수의견 / 손아람

by 이창우




작품의 시대 배경은 대한민국의 1992년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야기부터 출발해서 15년 후의 사건들과 연관성에 의해 현재로 넘어온다. 법조계와 언론, 정부의 유착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따라간다.


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면서 먼저 관심을 받았고 무명작가인 손아람의 책은 2016년 봄날 내게로 왔다. 작품의 시작에 앞서 첫 장의 짧은 글을 접하면서부터 긴장하게 된다.



사건은 대한민국 법률 및 학설과 판례를 따른다. 사건은 실화가 아니다.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


나는 고발한다(J'accuse).


1898년 1월 13일 작가 에밀 졸라는 「오로로」 신문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된 한 건의 재판이 프랑스 내각 전체를 갈아치웠다. 이야기는 ‘드레퓌스 사건’의 애널 로지이다.



소설의 각 장의 소제목에 도움이 되는 법률과 관련된 참고 사항들을 설명하고 이야기로 들어가는 점에서 작가의 면밀한 자료와 그와 관련된 법의 전문성도 독자를 안심하게 해주는 장치가 되면서 실제 벌어진 사선을 연상하는 역할도 한다.


시대를 고발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하며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이다.


소설의 화자는 고민 없이 법대에 진학하여 의미 없이 법대를 졸업해 중견 건설회사에 들어가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건설 회사의 입장을 변호하는 화자는 ‘버러지 같은 놈’이라 내뱉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방청객 중 한 남자를 의식한다. 그는 작은 빌라에서 나이 든 형과 아버지와 함께 산다. 돈이라고 할 만한 걸 버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는 설명을 한다.


화자가 사회적으로 변호사임에도 그리 잘 살지 못한다는 것이 전제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호사가 되면 성공한 것이고 그것은 그대로 돈을 많이 버는 쪽으로 귀결되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작가는 화자의 상황을 서술하며 그런 선입견을 버리라고 한다.


사법연수원 시절과 법원의 풍경과는 상관없이 화자가 말하는 내부는 결코 화사하지 않았다. 어느 집단에서건 발생하는 구성원의 암묵적 합의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화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알게 된다.


법치국가라는 허울 좋은 민주주의의 만큼이나 부패가 깔린 권력 집단의 자연스러움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정의의 저울을 법원 앞에 세워둔 집단의 부조리함을 만난다.


소설을 읽는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형 비리에 합리적 의심 가능한 판결을 남발하는 사법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염려에 작가 손아람은 시작부터 ‘허구’를 다짐해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2008년대에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자명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때였다.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는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명박산성과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민주주의가 역행을 시작했다고 할만하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마치 과거의 독재자인 망령과 싸우는 느낌이 드는 타임 패러독스를 경험하며 분노하는 시간대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기소권은 공정성과 정의 따위는 개나 줘 버린 듯 정부의 권력에 부역하는 모습이 넘치고 있다.


소설에서 화자가 국선전담 변호인이 되면서 아현동 뉴타운 재개발 사업부지의 현장을 점거하고 있던 철거민들에 대한 진압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난다.


철거민 열여섯 살 학생이 사망한 사건에 는 그 학생의 아버지가 그 당시 진압 경찰 중 한 명을 둔기로 내리쳐 사망한 사건이 연결된다.


검찰은 그 아버지를 특수공무집행 방해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야기의 중심 사건이 진행되면서 화자의 상황이 진행된다.


사건의 진행을 조사해가면서 뉴타운 철거 문제와 연결된 정경유착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었는가를 풀어내고 있다.


이런 사실 보도를 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과 저널리즘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거대한 자본의 권력 앞에 언론사의 저널리즘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는 가를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줄 수 있는 현실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힘은 없어 보인다.


소설에서 화자가 맡은 사건의 판결은 단 한 명의 재판장의 뒤엎은 평결이었다. 국민참여재판의 아홉 명의 배심원들이 3일간 계속된 공판, 3일간 이루어진 고민으로 낸 박재호(죽은 학생의 아버지)의 무죄 평결을 재판장은 3년의 실형 선고로 끝냈다.


항소를 앞두고 박재호의 말은 가슴을 때린다.


“차라리 포기하고 빨리 3년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겠죠.”


올해로 용산 참사 7주기가 지났다. 이와 관련된 그 어떤 일도 새로 시작되고 있지 않았다.


대법원의 보수화는 2008년 초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다. 당시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이명박 정부는 대법관 교체 시기 때마다 보수적인 법관을 추천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기관의 판단은 각종 하급심 재판에 영향을 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의 규범을 만들어나가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논리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사법기관의 중요성은 정치의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력은 유권자의 총의로 선택되는데 반해, 대법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이 때문에 '책임제'의 구현이 어렵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견제가 필요하다. 사법부를 견제하는 것은 입법부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다. 정치권력의 교체를 통해 사법 권력을 견제할 절호의 기회가 이번 총선을 통해 주어졌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총선으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의 그 후를 상상해보지만 현실에선 끔찍한 '사드 사태'가 보인다.





그간 영화 덕분에 그가 유명세를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 손아람은 신간 『디 마이너스』를 출간했고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 작품을 먼저 손에 쥐었다. 그러고 나서 그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소수의견』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2009년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용산 참사를 기억하는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지만.


소설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사실적인 것들에 용산 참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다시 찾아 곱씹어 보면서 2016년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본다. 영화 같은 일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곳. 그럼에도 조용한 동쪽의 나라. 대한민국.


2008년 작가 손아람은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1.2』를 출간했고 1권에는 그의 데모 테이프까지 친절하게 책 뒤에 있었다. 나는 그 데모 테이프 다섯 곡을 계속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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