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삶은 헛수고일까요...

[향기 나는 방]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by 이창우


겨울이 시작되면 떠오르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눈 내린 풍경과 시간의 흐름에는 자기만의 기억이 담겨 있기도 하죠. 그 기억들은 어느 정도는 미화되거나 윤색되면서 겨울나기에 빠지지 않는 그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설국』에서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시마무로는 '헛수고'라는 말을 합니다. 그는 대체로 방관하며 자신의 심중을 드러내고요. 특별히 열정적이지도 염세적이지도 않으면서 허무한 시간의 흐름에 자신의 마음을 맡겨 놓나 봅니다. 그렇게 눈의 지방인 니가타 현의 온천 마을의 서정은 스르륵 펼쳐집니다.


두 명의 게이샤에게서 얻게 되는 마음은 순전히 시마무로의 것으로 아무도 개입할 수 없기도 합니다. 그래요,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내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과 어우러진 삶의 모습을 지긋하게 바라보는 일 말이죠.


마음이 달려오는 속도는 물리적인 속도보다 더딥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면 뜻밖에 답은 쉽게 얻기도 하지요. 이 세계에 가득 찬 공기를 뚫고 오기까지 물리적 거리감은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고 돌아 유영하듯 다가오는 마음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는 견고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내가 삶에서 배운 믿을만한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20161013_181008.jpg


무인카페에 들어서면 자주 신해철의 목소리를 만납니다. 어쩌면 그의 음악을 즐기는 안 보이는 사람의 취향 때문 일지도요. 어디선가 전파를 타고 전해올 이 음악들이 좋습니다. 매주 금요일 이 시간과 공간에서 신해철의 목소리는 작은 그리움들을 꺼내놓게 하거든요. 그의 노래가 가슴으로 다가와 울리면 함께 했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그리 먼 시간의 그리움은 아닙니다만 요즈음은 아주 멀리 느껴집니다.


기억이란 그렇지 싶습니다. 되새기지 않으면 다른 기억들로 흩어질 시간이니까요. 언젠가는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기억이 없을 순간이 오게 될까요. 그런 미래는 영 살맛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이 중요한 것은 아마도 내일의 시간을 위한 기억 만들기 같습니다. 좋은 인연이 될 한 사람과 마주하며 보내게 된 순간들이 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겨울이 막 시작한 12월의 거리가 촉촉합니다. 쏟아내고 싶은 말들이 넘칠 때가 있죠. 홀로 글을 쓰는 일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꿈틀거림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듯이 노동을 위해 나의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일상이 되어 버린 글쓰기는 내가 나를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이 모든 삶이 헛수고일까요‥ 설국에 있는 시마무로의 시선이 가깝게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치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