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감합니다

[영화] 기생충 / 봉준호 감독

by 이창우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고. 한 사람이 곁에서 멀어질 때면 허공에 말합니다. 너덜너덜해진 몸이 푹 꺼진 낡은 쇼파 위에 누워도 편안합니다. 월말이면 세 자리 수 통장이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내일 또 내게 소용될 만큼은 가능하겠지 하는 느낌. 그것을 의심하지 않을 만큼 능력을 갖춘 사람이기에 용감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 순간 닥칠 고난에 미리부터 염려하지 않는 낙천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이런 나를 대책 없다고 해도 난 웃을 수 있습니다. 욕망이라는 전차에서 내리고 나면 온전하게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다행히도 나는 그 전차에서 내려 정착한지 오래돼 기억에도 없습니다. 욕망이 요구하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충분히 나를 위해 사용해왔기에 내게 남은 시간은 충분합니다. 삶은 큰 요동침 없이 슬그머니 나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으며 살아온 행운아이기에 겁날 것이 없어졌나 봅니다. 인생에서 남은 시간 온전하게 나를 지켜내며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욕망이라면 그렇다고 해야겠지만요. 그 욕망마저 없다면 살아있음이 지루하겠지요. 내게 주어진 행운에 감사를 잊지 않습니다. 다 내어 주면 평온해집니다. 원망도 미움도 분노도 내어 주면 사랑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습니다.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 모든 것에서 배웁니다. 내가 만든 처음 그 마음을 지켜낼 수 있도록 나의 벗들이 속삭입니다. 나를 견디게 해준 벗들, 뒤죽박죽 쌓여있는 책들이 소리 내며 한 줄로 길을 열어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것이 남아 있지 않아도 두렵지 않습니다. 나는 용감합니다.



-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내 안에서 읊조리던 오래 전 글을 다시 꺼내놓는 일. 상상테이블위에 올려놓아 기꺼이 드러내는 일로 내 하루는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화 속 인물이 하는 말. 아버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이 감정은 무엇일까.. 슬픔이었습니다. 부와 빈곤의 되물림은 돈만이 해결 방법이라 생각하게 만든 사유할 수 없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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