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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Apr 12. 2023

다람살라 : 도리창 티베트 문화센터

책방, 눈 맞추다 특파원 소식 02.


 안녕하세요,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 비더슈탄트(Widerstand)입니다. 저는 인도네시아를 떠나 인도에 입국한 지 어느새 한 달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도 북부와 네팔을 여행한 뒤, 저는 다람살라(Dharamsala)에 도착했습니다. ‘다람살라’라는 도시를 들어본 적 없으시다면 이렇게 소개하겠습니다. 이곳은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도시입니다.   

  

 다람살라에 도착한 뒤, 어딘가 작은 책방이 없을까 작은 마을을 여러 번 둘러봤습니다. 몇몇 서점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티베트 망명정부에서 운영하는 서점도 지금은 내부 공사 중이더군요.  



  책방 특파원 활동을 다른 도시로 미뤄야 하나 하던 찰나, 몇 번이나 오간 길에 큰 기념품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들어가 보니 티베트 전통 양식의 옷과 도자기, 불상 등과 함께 책을 팔고 있더군요.


 다람살라의 여러 기념품점 중에서도 책방을 겸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는데, 이곳은 독특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도리창 티베트 문화 센터’. ‘도리창(Doritsang)’은 티베트의 지명입니다. 티베트 불교의 밀교 수행에 중요했던 도시라고 하죠.     


도리창 티베트 문화 센터

 

 모두들 아시다시피, 티베트는 현재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청나라가 멸망하고 한동안 독립국가를 이루었던 티베트를, 중화인민공화국이 지배한 것입니다.


 지배 초기 중국은 티베트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곧 티베트에 대한 간섭을 강화했죠. 중국에서 대약진운동이 벌어지며 탄압은 더 심해졌습니다. 티베트인은 봉기했죠. 중국은 티베트인 수만 명을 학살하는 것으로 맞섰습니다. 결국 달라이 라마는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망명이라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티베트의 전제군주이자 종교 지도자였던 달라이 라마는, 민주정치와 과학적 합리성에 대한 지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망명 이후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헌법을 기초했습니다. 티베트인 망명자가 직접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스스로 정부 수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의회에서 정부 수반을 선출하게 되었죠. 달라이 라마는 이제 티베트 망명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일 뿐, 공식적으로는 아무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종교인이지만, 달라이 라마는 “종교와 과학이 충돌할 때 과학을 택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불교도이면서 수미산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도 말했죠. 불교의 가르침은 수미산과 같은 미신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과 깨달음을 향한 정진에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제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죽은 뒤 어린아이로 환생한다고 믿죠.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더 이상 환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환생과 세습의 형태로 이어지는 달라이 라마 제도는 현대 민주정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티베트인의 민주적 선거로 선출되는 망명정부 의회가 다음의 일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의지입니다.     



 도리창 티베트 문화 센터에는, 물론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문화에 대한 책만을 팔고 있습니다. 조국도 고향도 잃고 망명객이 된 티베트의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이 되어 주고 있는 달라이 라마.


 티베트 도리창에 있던 불교 선원은 대약진운동을 거치며 파괴되었습니다. 사원 건물은 문화 대혁명 기간 홍위병이 점령해 식당으로 사용했다고 하죠. 슬픈 이야기지만, 이제 다람살라의 망명객들이 돌아갈 고향과 조국은 파괴되어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마을에서는 티베트의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책방과 문화 센터를 오가며 여전히 그들이 살아남아 있습니다. 어두운 책방에 놓인 도자기와 불상을 살펴봅니다. 어쩌면 다람살라가, 그들이 돌아가야 할 티베트보다 더 티베트적인 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향도, 조국도 그들에겐 남아있지 않을지 모릅니다. 언젠가 달라이 라마조차도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진 문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을 것입니다.


 그때가 온다면, 언젠가 도리창에 돌아간 이 책방이 다시 그 마을을 세워낼 수 있지 않을까요. 무너진 고향도, 사라진 조국도, 달라이 라마의 빈자리도 그렇게 다시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짧은 공상이 조용한 책방을 채우고 있습니다.




 * 혹 제 여행기나 역사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방문해 주세요. 블로그 외에도, 브런치와 오마이뉴스에서도 같은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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