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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듬기

또 다시 시작

by 이창우

하필이면 4월 1일이다. 만우절로 더 기억에 새겨진 날, 어김없이 홀딱 넘어가버리던 너무 진지해서 탈이라고 웃어대던 재미있는 하루이기도 하다. 의도한 것도 아닌데 훗날 짚어보면 그럴싸하다.


동네책방을 개업한 법적인 날이다. 책을 파는 일보다 책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해야 어울릴 공간에 머물러 현재에 이르렀다. 책을 사는 사람보다 책방이 있다는 물음표로 찾아오는 사람이 대부분인 공간이다.


이 마을에 맞는 책방 이름을 변경하면서 입술은 가늘게 움직인다. 재미있는 일은 반복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부득이 외부나 내부에서 일어난 상황에 따른 선택이다.


책방을 옮기는 일은 1톤 트럭으로 몇 번을 옮긴 후에도 거의 한 달 정도 작은 자동차로 바삐 움직여야 그럭저럭 마무리되는 일이기도 하다.


엉성한 그는 평균 2년이면 머문 자리를 옮기는 일이 벌어지고는 해서 그러려니 한다. 그런 선택을 할 때면 자신에게 어김없이 건네는 짧은 문장도 그럴싸하다.


여기서 노년을 보내야지.
또 다시 시작이다.


책이 꾸준하게 보다는 이따금 팔리는 정도이니 밖에서 움직여야 책방을 유지한다. 지난 4월 책을 옮겨 놓고 정리해서 다시 열기까지를 되짚어 보며 이제야 글로 정리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책방지기로 6년을 채우고 지나가는 가을이다. 검은 새벽 귀뚤이 울음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여전히 엉성하게 살아가는 그를 바라보면서 웃는다.


지나온 그 어느 시절보다 고단했던 2025년을 이제라도 쓰다듬게 되어 다행이다. 아직까지도 온전하게 그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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