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가 지나면서 계속 망설이는 내가 있다. 그대에게 어떤 말로 힘을 건넬 수 있을까.
책장을 둘러보다 꺼내든 검은 글씨의 제목 사이에 숨겨둔 은색 글자가 나를 부른다. 책장을 여니 2008년 6월에 써놓은 문장이다.
그대가 바람을 그리는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던 시기이다. 홀로 밖으로 나가 그대의 세계를 꿈꾸어도 되는 시절에 되돌아보면 그저 있는 엄마로, 나로 살아가기 급급했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삶을 그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대 얼굴이 겹쳐진다.
여전히 이 문장은 지금도 전하고 싶은 내 마음이다.
그대는 이 글이 쓰인 책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대가 밑줄 긋고 책갈피로 표시해 둔 이 책이 내게 와 있다.
주말이면 두 아이와 공원으로 체험장으로 발갛게 상기된 아이들과 있는 그대 환한 웃음도 있다.
두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작은 전등 아래에서 가계부를 꺼내 이리저리 흔들리는 숫자들 앞에 그대도 있다.
때로 내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도 늘 그대를 거칠게 훑고 지난다. 첫째로 태어난 그대가 보이지 않는 무게에 비틀거리면서도 꿋꿋했던 순간도 기억한다.
내가 살아 나온 엄마의 몫은 숨을 멈출 때까지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던 때가 그리 먼 시절로 거슬러가지 않아도 된다. 나는 아무도 없다는 느낌으로 걸어온 길을 떠올린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홀로 해내고 버티어야 할 때의 벽을 만난 순간에 마음들이다.
내가 선택해서 내가 만들고 이루어온 나의 세계관
그대 가족이 뽀얗게 웃으며 찍은 사진은 아침마다 나를 웃게 한다. 이 아침에 분홍색 예쁜 공주로 서 있는 부부를 닮은 아이가 수줍게 웃는 사진을 바라본다.
그대 곁에는 늘 소중한 벗들과 사랑하는 사람과 응원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여기에 담아두고 싶은 날이다. 그대가 꺼내어 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