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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하다

틈에서 살아내기

by 이창우

지역에서 서점이라는 명패를 달아놓은지 6년이 지났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동네 책방이라는 문화공간 활용의 의미로 시작했으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책 파는 일보다 책하고 노는 일을 더 좋아했으니 책방 운영의 이모저모는 내 관심 밖이었다고도 생각한다.


머리통이 따가울 일을 제쳐버리자 스륵 열린 느긋함에서 발견한 일은 '지역서점인증제'이다. 충남도에서 실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책방에서 두 사람을 마주하면서 물었다.


"새로 생긴 제도인가 봐요? 뭔가 달라지기는 하네요."


헤죽거리는 나를 바라보며 어디서 살다 온 사람이냐는 눈빛과 함께 이미 시행되던 제도였다고 야무지게 말하는 목소리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띵하게 만들었다.


에둘러 생각하려 했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떠오른다. 이쯤 세월을 지나왔으면 아무래도 느낌표만으로 삶을 살아내도 좋으련만 어쨌거나 내게는 아직도 물음표가 더 많이 떠오른다.


절차가 필요한 일에 몰두하다 보면 그 일에 자극받는 뇌를 감당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일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은 엉성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안다.


엉성한 사람에게는 수없이 많은 틈이 있다. 인정한다. 중요한 것은 그 틈에 밀려드는 낯설거나 익숙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을 때 선택이다.


열린 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또 다른 틈으로 나가주면 좋은데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결국 엉성한 내 삶을 휘젓기 시작할 때 휘청거리다가 저항하고 있는 내가 씩씩대다가 포기하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되기도 한다. 잘 적응하네 뭐, 사회생활은 융통성을 발휘하면 잘 굴러가게 되어 있거든.


이런 순간이 오면 의연한 척하는 내가 밍밍한 눈빛으로 있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나는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기계적 움직임에 식겁하는 또 다른 내가 휘두르는 망치에 멈추게 된다.


말할 수 없는 순간에는 침묵하라


책 속에서 한 문장이 필요한 때는 늘 이런 순간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어느 철학자의 이 문장이 툭 튀어나올 때. 이제 깊은 밤을 지나면서 글을 쓸 수는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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