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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Jan 03. 2020

간호학과로 진학한 남자 이야기

[01] 간호학과로의 진로 결정

"어떻게 간호학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어요?"


  간호학과를 진학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간호학과 남학생들은 그랬을 것이다. 아직은 간호사라고 하면 여성을 떠올리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대답을 녹음해서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농담도 던지기도 했었다.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처음으로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자 가운데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를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1) 10%라는 비율도 많이 늘어난 수치임에도 아직은 적은 숫자이다 보니 어떤 이유로 간호학과에 진학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뜻밖의 일들


  남자 고등학교의 이과생들은 별다른 목표가 없으면 공과대학에 지원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 당시 공학계열을 활설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정부에서 대학교에 대한 지원이나 전공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의 여러 혜택을 부여하고 있었다. 지원도 많고 취업도 연계해준다고 하니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필자 또한 딱히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기에 당연히 공과대학으로 진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능을 앞둔 겨울, 뜻밖의 일들이 우연히 겹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첫 번째 일은 처음으로 놀러 간 중학교 친구의 집에서 일어났다. 놀러 갔던 시간에 친구 어머님이 집에 계셔서 과일을 먹으며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구 어머님이 대학병원 수간호사(Head Nurse)로 일하고 계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님께서는 간호사가 전문직으로서 많은 장점을 가진 직업이며, 남자 간호사도 업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해주셨다. 병원이라곤 동네 가정의학과 의원이나 치과  정도만 가봤기 때문에 남자도 간호사로 일한다는 것을 처음 듣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남자 간호사'라는 단어가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었다.


  그 후로 며칠 뒤 담임선생님과 진학 면담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어떤 전공을 하고 싶은지 나에게 물어보시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간호학과를 추천해주셨다. 고등학교 시절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이긴 했지만, 남자 고등학교의 진학 면담에서 간호학과를 추천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선생님께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마음이 확 이끌리지는 않았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어안이 벙벙했었다.

  그리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모임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날 부르셨다. 방에 있던 나를 불러 옆에 앉히시곤 모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모임에서 남자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간호학과는 어떻냐고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닌가. 




진로의 결정


영화 <핵소 고지>의 한 장면.

  다소 당황스러운 일련의 상황들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고민에 휩싸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며칠 전 TV에서 본 전쟁영화에서 주인공이 아픈 병사를 붙잡고 "메딕!!"을 외치던 장면에서 심장의 강력한 두근거림(?)을 느꼈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우연한 사건들이 나에게 내려진 하늘의 뜻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포함하여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으며,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안정적인 취업과 높은 보수 보장된다는 점도 좋아 보였다. 또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간다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오랜 고민을 거친 끝에 결국 간호사의 길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수능을 앞두고 갑작스레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으나 의료인으로서의 꿈을 키워가며 학과 생활을 하였다. 학업량이 많아 힘들기도 하였고, 남학생으로써 생활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였다. 하지만 하나씩 극복해가며 성장하였고, 졸업하고 난 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병원 중 한 곳에서 일하면서 값진 경험을 하였다.

    

   간호학과를 거쳐 간호사로 일한 그 시간 동안 얻은 경험들과 깨달음을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간호대학에서 간호학 전공자로서, 그리고 간호사로서 겪은 경험들과 중환자실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경험에서 나온 통찰과 여러 정보들을 통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1) 출처: 대한간호협회 - 간호신문
http://www.nursenews.co.kr/main/ArticleDetailView.asp?sSection=61&idx=23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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