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가 던진 질문

알랭 드 보통의 <불안>

by OverflowToU

타워팰리스가 던진 질문


회사 출장업무로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있는 도곡동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전에 와본 적은 없지만 귀에 익은 곳이었다. 바로 도곡동 타워팰리스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간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평당 1억 원에 매매되는 집이 있을 정도로 비싼 집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내 기억 속에는 '부자'라는 단어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수도 없이 지나다니는 외제차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근처에 잇는 유명 제과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유명한 제과점답게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즐비했고,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곳이었다. 점심식사 직후라 배도 부른지라 그중에 몇 가지만 골라 일행 중 한 명이 계산대로 이동하였다. 줄을 기다리던 중, 잘 차려입은 여성 한 분이 앞에서 계산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빵을 45만 원어치나 계산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할인 카드가 있냐는 직원의 질문에 '그냥 계산해주면 된다'라고 쿨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나를 포함한 일행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짧은 감탄 뒤에 오는 허탈함은 헛웃음을 나게 했고, 마음 한편이 불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빵 45만 원어치?!

'불안'의 원인


출장에서 복귀하며 '제과점에서 무엇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졌을까'를 생각해보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알랜 드 보통이 쓴 《불안》을 꺼내 들었다. 몇 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이번에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한 원인과 해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어보았다.

알랜 드 보통은 책에서 불안의 요인을 5가지로 이야기한다. 5가지 요인이자 목차의 제목인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중 '기대' 챕터에서 불안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ㅡ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ㅡ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부연 설명이 포함된 문장이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쉽게 표현하자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상황이다. 가족관계도 상에서 나랑 같은 위치에 있는 친척이 자신에게는 없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배가 아파진다는 것이다. 책에는 '키가 같은 5명의 사람'에 대한 예시를 들고 있다. 그들은 키에 있어서는 동등하기 때문에 키 때문에 심기가 불편할 일이 없다. 그러나 그중 한 명이 키가 약간이라도 더 자라게 된다면 다른 4명은 갑자기 불안에 빠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불만족과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제과점에서 빵에 생각이 집중되어 타워팰리스 바로 옆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무의식적으로, 빵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더 많은 부를 가진 사람이 있었고 그녀의 행동에 의해 불안과 상대적인 궁핍함을 느낀 것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날 일행들과 식당에서 먹었던 따뜻한 밥 한 끼도 누군가에게는 불안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우리보다 나을 때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부'에 대한 접근 방법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와 관련된 수많은 불평등을 목격한다. 그에 따라서 지속적인 불안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부에 대해서 접근해야 할까?

알랭 드 보통은 책에서 부에 대해 장 자크 루소의 주장을 소개한다.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부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갈망하는 것과 욕망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부유해도 궁핍함을 느낄 수도 있고, 가난해도 부유함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성공하고 큰 부를 축적할지라도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면 결국 불안해지고 궁핍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삶에 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부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


그렇다면 불안은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책에서 소개한 해답 중에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그 내용은 바로 '기독교' 챕터에 있는 내용이었는데, 기독교가 해법이라는 내용이라기 보단 종교 중 기독교를 대표로 제시해놓은 것이었다.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불안은 나보다 우월하다고 느낀 누군가와의 비교로부터 온 것이다. 하지만 나와 그를 '신' 혹은 '자연' 앞에서 비교해본다면 어떻게 느껴지겠는가? 혹은 '죽음' 앞에서는 어떠한가?

최근 호주의 산불 상황을 봐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19년 9월에 시작된 산불이 아직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으며 10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과 28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20년 1월 18일 기준) 이렇듯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나 죽음 앞에서는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이든, 돈이 없어 물을 마시며 배고픔을 견디고 있는 사람이든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나보다 우월해 보이는 사람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죽음 앞에선 동등하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배가 아플 필요도 없고, 위축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죽음 앞에선 누구든지 동등하다!


책에 따르면 18세기 중반 잉글랜드에서는 '묘지파' 라고 불리는 시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밤마다 교회 묘지에 가서, 모든 사람의 업적과 영광을 지워버리는 죽음의 힘에 대해서 명상을 하곤 했다고 한다. '묘지파'인 에드워드 영의 시<밤 생각 Night Thoughts>(1742)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현자, 귀족, 권력가, 왕, 정복자
죽음은 이들을 겸손하게 만든다.
왜 한 시간의 영광을 위하여 그토록 애를 쓰는가?
부의 냇물에서 거닐고 명성이 높이 치솟으면 뭐하는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도 "여기 그가 누워 있다"에서 끝이 나고,
가장 고귀한 노래도 "흙에서 흙으로"가 마무리를 하는데.




빵 사는 장면 하나로 별 생각을 다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그 제과점 간다면, 빵을 한 개를 계산하더라도 부유한 마음으로 사 먹어 보고 싶습니다.



알랭 드 보통 : 《불안》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793081
중앙일보 : 호주 산불 5개월째···그 연기 지구 한 바퀴 돌아 호주 왔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685377
매거진의 이전글너는 무엇을 담은 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