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멘토를 꼭 한 번 만나게 된다. 그것이 목적 없이 만나 멘토가 된 사이든 회사에서 강제로 맺어준 사이든 말이다. 브런치 윤명철 작가는 「꼰대와 멘토의 차이점」이란 글에서 꼰대와는 다른 멘토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멘토는 지위의 상하관계보다는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며, 감시의 느낌을 주기보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준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의 경험담 보단 앞으로의 이야기, 그리고 발전적인 대화를 하면서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멘토의 특징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멘토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멘토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답안지와의 싸움
초등학교 시절 정식 축구부, 소위 엘리트 축구부에 소속돼서 몇 년간 축구를 했었다. 훈련이나 대회 참가 때문에 수업을 빠지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공부와는 멀어진 생활을 하였다. 반에서 꼴찌의 성적표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축구를 즐기면서 했지만 중학교를 진학할 때는 고민 끝에 축구부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래서 몇 년간 하지 않았던 공부라는 것을 하게 되어 열네 살 인생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모든 과목이 나에겐 어렵게 다가왔고, 가장 고마운 존재는 그 누구도 아닌 답안지였다. 답안지에는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이 모두 담겨있어 막힌 부분을 다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수학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수학 문제를 풀 때 답안지 보지 말도록 해라. 답안지를 보는 순간 너희는 그 문제한테 지는 거다.
운동을 했던 나는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에 지는 것은 정말 싫었다. 답안지를 보면 지는 것이라고 하니, 거꾸로 말하면 답안지를 안 보고 풀면 이기는 셈이었다. 그때부터 수학 문제를 풀 때, 답안지를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또 참으면서 문제를 풀 방법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처음에는 너무나 어려웠고 답답한 마음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를 붙잡고 최선을 다해 집중하여 풀어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에 따른 선생님의 칭찬은 힘이 되었다. 결국 수학 선생님은 나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답안지를 보는 순간 너희는 그 문제한테 지는 거다.
이는 영어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답안지에 있는 영어 해석을 보지 않고 계속해서 읽으면서 문맥을 파악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 선생님이 없었다면 좋은 영어 점수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뒤돌아봤을 때 이런 과정에서 길러진 생각하는 힘과 끈기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멘토란?
생각하는 힘은 부모의 양육이나 독서 등을 통해서 기를 수 있지만, 도움을 받는다면 더 빨리 훈련될 수 있다. 직장에서 업무를 알려줄 때 답안지를 보여주는 것은 일을 배우는 후배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도움은 되겠지만 일시적인 도움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좋은 멘토라면 단순히 일의 방법을 알려주는데서 끝나지 않아야 한다. 가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접근하여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생각의 결과에 대해서 귀 기울여 들어주고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훗날 멘토가 없는 시점에 닥치는 여러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좋은 멘토란?
훌륭한 멘토의 역할
변화가 급격한 오늘날의 시대 흐름처럼 일하는 환경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많은 변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예전에 알던 문제 해결 방법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들이 펼쳐지며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한 일들이 생겨난다. 생각하는 힘이 있는 조직은 끈기가 있음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창의적인 생각들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이 된다.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요인들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며, 자신감 있는 조직원들을 만들 낼 수 있다. 이러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훌륭한 멘토의 역할은 특별하다.
흔히 사람을 가리켜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또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즉, 우리는 생각을 하기에 존재하며, 생각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지어질 수 있다. 멘토의 역할을 조직이 아닌 더 넓은 범위인 인생으로 봤을 때, 멘토는 사람이 더 사람다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힘이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점점 회사에서 후배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단 물고기를 스스로 잡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데, 저부터도 생각하는 힘을 열심히 길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