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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Aug 11. 2022

8월 4일, 친구의 기일날은 언제나 맑고 눈부시고 덥다

민정아, 꼭 행복해라. 친구 어머니가 말씀 하셨다.



나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간 친구를 마주 했었다. 그 친구의 몸을 보러 병원으로 달려갔었지.

이미 온기를 잃고 굳어버린 손을 잡으면서도 무서워 했던 것 같다. 슬프고 무서웠고 동시에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마음 같아선 끌어안고 울고 싶었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너무나 작고 말라버린 이 몸은 내 친구가 맞는지도 실감이 안 났었기 때문에

친구는 키 170cm에 늘씬하고 몸매 좋기로 워낙에 유명했었다. 예쁘고 맑고 깨끗한 치아로 해사하게 웃는 니 얼굴도 말이지


그리고는 입관을 준비할 때, 하얀 삼베에 쌓인 친구를 마주 했었다. 친구가 그 모습을 우리가 보기를 절대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잠시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도 고집을 부렸다. 니 곁에 있겠다고


투박한 남자 장의사 손으로 얼룩덜룩하게 화장해놓은 친구 얼굴을 보면서 차라리 우리가 화장해줄 걸, 소리도 했다. 최현지 보면 진짜 열 받겠다, 울면서 웃었었고. 하얀 삼베옷,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볼 일도 없는 그 길고 치렁한 옷을 내 친구가 입고 있었다. 곁에 있던 친구가 현지의 얼굴을 하도 쓰다듬었더니, 장의사가 그랬다. 이마 쓰다듬지 마세요, 고인이 눈을 뜰 수도 있습니다. 라고

니 힘으로 눈커풀도 못 닫는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서 사지가 꽁꽁 끈으로 묶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울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얼굴을 삼베로 쌀 때는 살면서 그렇게 오열해 본 적이 있었나 싶게, 자리에 있던 모두가 사지가 풀리듯이 오열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장의사가 시키는대로 제사상에 대고 강당 같은 곳에서 실컷 절을 다 하고 났더니, 테이블 아래 천을 걷었는데 그 아래에 버스 타기 직전의 친구 관이 보였다. 거기 있던 모두가 어렸다. 장례식을 온전히 겪어본 적이 없었을테니, 같은 공간 / 관 속에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너무나 놀라, 비명치듯 울었었지. 화장터에서는 8월 한여름 뙤약볕아래, 모든게 어질어질했다. 숨 막히는 더위에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현실감이 없었는데 다 타고 남은 재 속에 친구의 하얗고 뽀얀 허벅지뼈가 남았다. 젊은 사람의 건강한 뼈는 이렇듯 거센 화장터 열기에서도 다 타지 않고 남기도 한다고 하셨다.



나는  모든 일이 여전히 어제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살다보면 먼저 떠나간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진다고 하는데 어느 하나 잊고 싶지가 않기

우리는 너를 자꾸 떠올리고 생각나면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서로의 건강을 챙긴다.


벌써 친구가 간지 7년째다. 기일날, 친구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더니

‘민정아, 꼭 행복해라’ 그러셨다. 눈물이 푹 터졌었는데 같은 날 8월 4일,

다같이 손꼽아 기다리던 소중한 친구의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이렇게 슬프고 괴로웠던 일들 위로 귀하고 소중하고 기쁜 일들이 겹쳐진다.

세상 사는게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그래, 꼭 행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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