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는 특정 시장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해 본 나를 비롯한 우리 팀은 시장조사를 해 본 경험이 있을 리 만무했다. TAM이니 SOM이니 하는 경영학 용어는 너무 낯설었고 경쟁 업체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방법도 몰랐다.
우리 팀은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간호사 병원 동행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경쟁 업체는 어떤 강점으로 사용자에게 상품을 어필하고 있는지는 고사하고 구글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정보조차 숙지하지 못했다. 구글에 ‘병원 동행’이라고 검색해도 수십 개의 업체를 찾을 수 있지만 나를 포함한 팀원 4명 모두 그 간단한 행위조차 하지 않았다. 굳이 변명하자면 사업을 처음 기획했을 땐 사업에 전업으로 뛰어들기로 한 나를 포함하여 모두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없이 기획한 서비스는 당연히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처음 서비스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주제로 회의를 한 적이 있다. 간호사가 사용자를 집 앞에서부터 모시고 병원으로 이동할 것인지, 병원 내부에서만 동행할 것인지를 두고 팀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나중에 시장조사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병원 동행 업체는 고객의 집에서 직접 사용자를 데리고 병원으로 간다. 모든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우리만 제공하지 않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경쟁에서 너무나 불리하다. 설령 특별한 이유가 있더라도 적어도 이러한 경쟁 상황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언제 시장조사를 했는가?
서비스를 기획하고 랜딩페이지까지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경쟁 업체를 뒤적거려 보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치부를 인터넷에 박제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또 병원 동행 서비스 시장이 아직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데스크 리서치만으로는 정보 습득이 어려워 시장 규모를 추산하는 것도 버거웠다. 어렵사리 추산한 시장규모는 처음 사업 아이템을 제안했던 팀원이 추산한 시장규모의 1/10 수준이었다.
그렇게 준비운동도 없이 무작정 바닷물에 뛰어들듯이 우리의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