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을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간호사 병원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사업 경험도, 제대로 된 시장조사도,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 본 적 없지만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듬거리며 동굴 속을 탐험하듯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서비스를 미리 테스트해보고 사용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베타테스트는 말 그대로 ‘폭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준비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때문이었고 테스트 결과를 고려하여 사업 진행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현명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트워킹을 통해 알게 된 벤처투자사 지인의 지인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 분은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기획할 때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당연히 사업계획서를 써 본 경험이 없던 나는 유튜브와 블로그, 브런치스토리를 뒤적거리며 당장 무엇부터 고민해야 하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팀 내 회의를 수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한 것은 ‘간호사가 병원 동행이 필요한 누군가를 모시고 외래 진료 전반에 동행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간호사 인력은 어디에서 수급해 올 것인지, 그 누군가는 어떤 사람이고 사용자 획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서비스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등 사업에 본질적인 내용은 새롭게 생각해야 했다. 시장 규모도, 경쟁 업체 분석도, 우리 서비스의 포지셔닝까지도 정해진 바 없었다.
페르소나가 뭔지 잘 몰랐지만 그것부터 정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고민했다. 구매자는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부모가 있는 50대 여성, 사용자는 가족의 도움이 있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70대 남성으로 설정했다. 베타테스트를 하며 메타 광고를 집행했을 때 50대 여성의 클릭률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두루뭉술 했다.
이 모든 과정은 고객의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만이 반영되었기에 ‘생동감’이 없었던 것이었다.
서비스 프로세스 역시 엉성했다. 처음 팀 내에서 사용자를 병원 안에서만 동행하고 병원으로 오고 가는 길은 고객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시장조사를 하며 알아보니 모든 경쟁업체가 집 앞부터 집 앞까지 동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서비스를 수정하다보니 이전에 테스트를 하며 얻었던 인사이트가 가치를 상당 부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테스트를 돌려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서비스를 무기로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랜딩페이지를 기획하고 광고를 집행해도 어딘가 모르게 ‘서비스가 살아 움직이는 그 느낌’이 없었다. 나조차도 이 서비스가 무슨 서비스인지 와닿지 않다보니 당연하게도 시장의 반응은 정말 냉혹하리만큼 차가웠다. 생동감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정했던 페르소나를 만나보고 인터뷰해보고, 가능하다면 무료라도 서비스를 운영해보는 것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