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CEO의 오답노트 : 실습에 가까웠던 첫 마케팅

by 봄여울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간호사 병원 동행 서비스가 어떤 내용인지, 우리의 타겟 고객은 누구인지, 어떤 강점을 내세우며 구매자에게 접근할 것인지, 그리고 첫 랜딩페이지까지도 완성했다. 사실 사업이 처음이었던 우리 팀이 이 모든 과정을 잘 수행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사업을 경험해 본 지인의 조언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사업 아이템은 ‘뾰족하고 날카로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다. 하지만 서비스가 어딘가 모르게 두루뭉술하고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내가 현장에서 경험하며 얻은 인사이트에 기반하여 만들어간 게 아니라 책상 머리맡에 앉아 머리를 굴리며 쥐어짜 낸 서비스 내용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럼 이제 서비스를 홍보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마케팅의 ‘ㅁ’도 모르지만 예전에 책 어디선가 접했던 내용을 더듬으며 다시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적거렸다. 재작년 스타트업에서 아주 잠시 구글 광고를 집행했던 경험까지 되살려보면서 ‘나는 마케팅 경력직이야’라며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아, 물론 당시 광고 1~2주 집행해 본 게 전부였고 구글애널리틱스는 건드려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냉정하게 마케팅은 해본 적 없었지만 나까지 자신감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의 잠재고객은 병원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부모를 모신 50대 여성이었다. 가급적이면 숫자로 증명된 자료를 근거로 광고를 집행하고 싶었기에 여기저기서 통계를 뒤적거렸다. 연령대마다, 성별마다 주요 관심사와 자주 사용하는 매체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좋아. 우리는 메타(페이스북) 디스플레이 광고로 서비스를 홍보해 보는 거야. 근데 이미지는 뭘 써야 하지?




이제 다음은 광고 소재와 광고 문구를 고민해야 할 차례였다.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힘이 있는 광고 문구를 만들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예술이나 창작처럼 감각이 필요한 업무에는 재능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광고를 만들어야 하니 서점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광고 문구를 ‘카피’라고 부르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광고 카피 잘 만드는 법’이라고 검색하니 책이 여러 권 나왔다. 판매량이 높은 책을 아무거나 5권 골라서 정독했다. 책을 읽는다고 없던 재능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카피력 밑바닥’은 탈출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리이었다.


책을 읽고 내 서비스를 생각하며 떠오르는 광고 카피를 나열했다. 그렇지만 내 재능이나 감각은 여전히 믿을 수 없었기에 이번엔 주변 지인들에게 카피 평가를 요청했다. 5점 만점에 0.5점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공들여 쓴 카피가 0.5점이나 0점을 받으면 마음이 아팠지만 내 사업에 도움이 안 되는 녀석들이니 쿨하게 Delete 버튼을 눌러 삭제해 버렸다. 그렇게 피드백을 받고 문구를 다듬어서 탄생한 우리 서비스의 카피.


우리 엄마 병원 동행, 이제는 간호사에게 맡겨주세요

누군가에겐 이 카피가 어설프고 힘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든든한 아들내미 같은 놈이다. 어도비 스톡이라는 유료 이미지 구매 사이트에서 적당한 간호사 이미지를 고르고 그 위에 광고 카피를 입혔다. 포토샵도 다룰 줄 몰랐기에 크몽에서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소재를 제작했다. 이제 진짜 실전 광고를 집행해 볼 시간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ON’ 버튼을 클릭했다. -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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