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CEO의 오답노트 : 베타테스트

by 봄여울

간호사 병원 동행 서비스를 팀원들과 함께 기획하며 첫 번째 테스트를 준비했다.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운영해 보며 시장성을 평가하고 운영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베타테스트를 시행하는 것은 좋았지만 역시나 초짜답게 모든 과정이 엉성하고 어설펐다.




나는 미적 감각이 제로(0)다. 중학교 1학년 때 요구르트병에 찰흙으로 펭귄 형상을 만들고 붓으로 채색하는 과제가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아빠가 회식을 마치고 새벽 2시에 돌아올 때까지도 작업에 몰두했다. 아빠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신 듯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동안 과제에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최종평가에서 ‘D’를 받았다. 그렇게 학창 시절 내내 미술 과목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사용자를 모집하는 포스터를 만드려고 하니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다 캔바가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템플릿으로 작업해 보았지만 ‘심각한 엉망’에서 ‘덜 심각한 엉망’이 되었을 뿐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모든 디자인은 외주를 맡기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없는 영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




포스터를 홍보하는 방법도 엉성했다. 당시 서울대병원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었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암환자 카페나 오픈 채팅방에서 사용자를 모집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듯이 차라리 서울대병원 앞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보처럼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모든 허점의 결과는 실패였다. 신청페이지를 간소화해보기도 하고 내가 홍보글을 올린 오픈채팅방 관리자의 조언대로 개인정보 수집 안내문까지 첨부했지만 거의 아무도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4명의 사용자를 모집했지만 무료 서비스임에도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전혀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니었다.




시장성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고’를 외쳤다. 베타테스트 종료 기간은 1월, 나의 병원 퇴사는 2월이었다. 망해버린 베타테스트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이 아이템으로 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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