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버번이나 럼에서 도수를 "proof"로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00proof(=50%ABV), 126proof(=63%ABV)같은 것들 말이다.
도수에 "proof"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은 18세기 영국 해군이 술에 화약을 섞고 불을 붙여 도수를 가늠하던 실험에서 유래했다.
그 실험의 결과로 영국의 proof 시스템에서 proof strength의 기준으로 57%ABV가 되었고, 이보다 높으면 overproof, 낮으면 underproof로, 기준에서 벗어난 정도는 degree로 표기했다. 예컨대 "70degrees underproof"는 57%ABV의 70%인 40%ABV이다.
이 블로그에서 자주 다루게 될 자메이카 럼의 오버프루프 기준은 관습적으로 63%ABV, 즉 영국 시스템의 "10degrees overproof"이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를 살려서 57%ABV만 넘어도 overproof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 사진은 1959년 J.Wray&Nephew LTD.의 "White Proof Rum"(이 당시엔 white proof가 overproof와 동등한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의 광고문이다. 광고문에 도수가 높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현재와 비슷하게 고도수의 술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위스키, 럼 등 스피릿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높은 도수가 환영받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도수가 높은 것이 "더 진한 맛, 더 묵직한 볼륨감"과 직결된다는 인식에 비롯된 것이라 생각되며, 필자 또한 비슷한 이유로 고도주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도수가 낮은 술이 모두 밍밍하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도수는 어디까지나 술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그 자체가 술의 전부를 말해주진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상, 높은 도수일수록 풍미가 더 진하고 깊게 느껴졌던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균형감 있게 잘 만들어진 술이라면, 도수와 관계없이 충분히 인상적인 경험을 줄 수 있다.
이 블로그에서 말하려는 'Overproof'란, 단순한 도수의 경계를 넘어 그 한 잔이 남기는 강렬한 인상, 향과 맛의 집중도, 마신 순간의 그 술의 존재감에 더 가깝다. 'Overproof'라는 이름에서 착안한 '폭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의 테이스팅 등급을 사용한다.
이 블로그의 등급 체계는 단순히 술의 도수를 나누기 위한 기준이 아니며, 한 잔이 주는 임팩트, 집중도, 기억에 남는 깊이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기록이다. 중요한건 수치보다도, 그 한 잔이 나에게 남기는 느낌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소개할 다양한 술들 사이에서, 당신만의 Overproof 한 잔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