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는 거지 뭐.
요즘 들어 괴로울 만큼 꿈을 많이 꾼다. 그렇다고 잠에서 깬 후 기억이 날 만큼 선명한 꿈들은 많지 않지만, 있다고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내용들은 아니었다. 밤새 꿈으로 인해 몸을 뒤척이다가 잠시 깨기도 하고 편히 깊이 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날 아침이면 하루 종일 무언가 어설프고 피곤하기만 하다.
꿈은 무의식 중에 혹은 일상에서 가지게 된 경험들 중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거나 중요한 일들이 정리가 되기 위해 나온다고 들었지만 그나마 기억나는 꿈들은 일상생활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럼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해야 하는데, 내 무의식은 핵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 된다. 헐... 핵. 전. 쟁.
잠깐만... 어쩌면 지금 내 기분과 복잡한 생각들이 마치 전쟁을 치루 듯 힘들고 복잡한 건 아닌가 싶다. 심지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는 도중 갑자기 심장이 멈추듯 아프고 숨을 쉴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분명 가위눌린 건 아니었다. 그저 심장이 멈추는 듯한 고통을 받았을 뿐이었지만 그 기분이 너무나 생생하여 난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dream catcher 같은 것도 걸어 봤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결국 맘 자리가 편해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질 않아 어떻게든 차분히 시간을 보내고자 책도 읽고 멍하니 앉아서 벽만 바라보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나의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이라고 해 주었던 적이 있다.
과거에 일어났던 힘들었던 일들의 결과들과 인연의 잔재들이 남아서 지금 이 상황들을 만들었다고 믿는다면, 난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인생을 그리 잘 살지는 못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비슷할 수밖에 없었던 5년전의 시간보다는 조금은 괜찮다는 느낌은 있으니 지난 몇 년은 그 전의 시간들보다는 바르게 살았나 보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나의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는 이유.
과거에 얽매여 있다. 왜 지금의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를 곰곰이 되짚어 보는 습관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원인 분석의 방향이 자꾸만 부정적인 면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현제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원인도 무언가 부정적인 경험에서 찾으려 하고 있겠지만, 내 어두운 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은 객관적인 분석에서 끝나야 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인간적(?)인 성격 때문인지 이 고민과 분석들은 늘 '그때 그랬으니 지금 이 모양이지'로 결론이 내려져 왔다.
어린 시절부터 바르게 살자라는 인생철학을 잘 못 해석해 온 탓에 내가 내린 결정들이 남에게 해가 될까 싶어 나 자신을 위한 결정은 하지 못했나 보다. '주관적인 기준'에서 거듭된 실패로 아무리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살고 싶어도 쉽게 되질 않았다.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이제 와서 해보기도 어렵다. 예전에 이랬으니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결정도 너무 주관적인 과거 경험이 근거가 되어 있다. 결국 난 다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 속에서 머리만 아픈 체 사색을 끝내고 나면, '에이... 그냥 가보는 거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냥 앞으로 가 봐야지 안 그러면 어쩔 건데 싶고 내일 눈 뜨면 다시 하루를 살아 볼 것이다. 결론을 못 내리니 그냥 사는 거지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말처럼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얄팍하게 그리고 가늘고 길게 갈 것이다. 굵직한 삶은 이미 버렸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질 못했으니 꿈속에서 핵전쟁이나 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