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하루요
특별한 날은 잊은지 오래요.
지극히 지루한 하루요
신나는 날은 잊은지 오래요.
지극히 잔인한 하루요
사랑은 나를 잊은지 오래요.
지극히 평탄한 하루요
사람들은 나를 잊은지 오래요.
바람을 타고 온 그대는 정말 아름답소
그 바람은 초속 3미터로 나를 훑고갈줄 누가 알았겠소.
꽃향기를 타고 온 그대는 정말 아름답소
장미 가시는 날이 서 내게 피를보일줄 누가 알았겠소.
연기를 타고 온 그대는 정말 아름답소
가스의 이산화탄소로 내 숨통을 조일지 누가 알았겠소.
나는 사람을 잊었소, 동시에 사랑을 잃었소
나는 계획을 잊었소, 동시에 갈곳을 잃었소
나는 아내를 잊었소, 동시에 아들을 잃었소
나는 밖으로 나와 걸었네,
밖은 시끄러웠소.
서울역에 도착해서 올려다본 하늘위엔
어디서 어디로 이어진지 모를
전선들만 가득했소.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나는 기이한 일을 겪었소
눈을 뜨니 이부자리에 누워있었네.
나는 강철들이 가득한 기차역 어딘가 아니였는가..
창밖이 어두웠네. 시간은 얼마나 지난건지 나는 모르오.
거울에 비친 얼굴엔 낯선이의 얼굴이였소.
그 모습을 보고도 개의치 않았소. 또,
화장대엔 몇장의 사진 어수선히 뒤집혀져있는것 아니였는가.
사진속 사람들은 얼굴이 없었소
화장대에 왜 있는지 모를 만년필의 잉크가 쏟아져있었네.
아. 또 잠시 기억을 잃었소.
사진속 사람은 체구가 왜소한 남자와, 피부가 하얀 여자.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어색하디 손을 잡고있는 아이가 있었소.
아아.. 그대들은 누구인가..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있는 당신은 누구요.. 빨간 원피스를 입은 당신은 누구요.. 한손에 풍선을 든 당신은 누구요..
기억이 날듯.. 익숙한 풍경이오..
아. 또 잠시 기억을 잃었소
여기는 어디오?
차가운 쇳냄새가 나는것같소 아니, 비린내같기도 하오
나는 시월의 서늘한 공기속에서
장미의 은은한 향을 느꼈소.
아니, 모르오. 졸렵고. 아아.. 피곤하오.. 편지는 다음에 또 부치겠소
좋은밤 되시오
좋은꿈 꿈꾸시오
이제 내가 해줄수 있는건 그것 뿐이오.
안녕.
아. 또 잠시 기억을 잃었소.
이 편지는 어디로 붙여야 하오?
답장 기다리겠소.
...
..
.
- 01 메멘토, 모리
- 02 신성모독
- 03 절명 할 자
- 04 망상, 몽상, 공상, 허상, 간장, 공장, 공장, 장
- 05 파라/독스, 옥시/모론, 게슈/탈트
정신,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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