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둔해진 감각엔 어떤 척도를 가히 판단할수 없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아픔을 강요할 수 없다.
연민을 구할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2.
죽을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기다리는 삶은 흡사 아름답다 할수있네.
비로소 보이는것들이 있기에 특히 더 그러오
의례히 시들은 꽃. 따위의 것에도 이쁘다. 이쁘다 말을 하니
죽은 꽃이 만개해 보라색 빛으로 물들기도 하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소.
또, 깨뜨린 유리잔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금새 멀쩡하게, 반듯한 유리잔에 물이 가득 담겨있기도 하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네.
허나, 반대의 경우는 기억나지 않소.
3.
기관차가 들어오는 소리는, 아마 시끄럽고 아치러운 소리가 늘 동반했지 아니한가.
허나, 지금의 그 굉음은 선율과 같았기에 바이올린이 C와 C# 의 사이를 감2도의 화음으로 활질 하는 소리같았소
기관차의 머리 위에서는 증기가 아닌
음표가 떠다니는것 아니였는가
나는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네.
예술이 나를 선택한것이오.
둔해진 감각엔
담배한대와 술 한잔이면 충분하네
정신이 느슨해지고 파란 하늘이 보라색빛을 띄울때 나는 영감을 받아, 펜을 잡고 무엇이든 애써 해보려하오
예술이 나를 부름에. 그에 응답하는 것이다.
대게 천재들은 젊음중에 절명하지 않았는가.
나는 곧 절명할 운명을 받아들인것 뿐이오.
단명하여 불멸할 작품을 남긴다는것.
예술이 나를 선택한것이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오. 아아.. 행복하도다
4.
조선의 의학은 형편없소
머리의 종양을 고칠수가 없다하오
찌그러진 머릿속에서 귀를타고 흐르는 뇌수가 느껴질때면 엔트로피의 법칙이 깨지길 바라기도 하오
또, 영정에 얼굴이 올라간 내가
사지가 바른채로 거리를 거닐길 바라기도 하오
꽃이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보았기에
나 역시 기적을 기대하면 아니되는가.
유리잔은 다시 반듯한 잔으로 돌아온 초자연을 보았기에
나 역시 열역학의 역행을 기대하면 아니되는가.
예술, 따위의 것들로 그 법칙을 위배하길
천년뒤의 나에게
안녕을 빌어보네
5.
지금은 그저 담배 한모금이면 충분하오
멀리가지 않겠소
아프지만 아프다 말 하지 않으며
멋쩍은 미소로 반갑게 손을 흔들겠네
천년후에 뵙겠소.
아디오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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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메멘토, 모리
- 02 신성모독
- 03 절명 할 자
- 04 망상, 몽상, 공상, 허상, 간장, 공장, 공장, 장
- 05 파라/독스, 옥시/모론, 게슈/탈트
정신,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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