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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Dec 30. 2020

미중년의 남자 매즈 미켈슨

아틱(Arctic , 2018)







 미중년 배우라 하면 생각나는 배우 1순위는 나에겐 '조지 클루니'다. 뭐 누가 반박하겠는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은 아마 그저 나와 영화를 즐긴 시대가 조금 다른 분들이겠지. 2000년대와 2010년대의 가장 멋진 중년의 이미지는 '조지 클루니'라고 확언한다.









수트와 커피가 어울리는 남자. 조지 클루니의 멋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늘 그대로다.


<오션스> 시리즈에 나올 적에도 가장 최근 작인 <머니 몬스터>에서도 그의 나이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영화 내에서조차 이 사실을 유머로 삼았을까.



<오션스 트웰브>에서 대니(조지 클루니)는 자꾸만 자기의 나이를 묻고 다닌다.



How old do you thik I am?


나 정말 50살로 보여? 라고 성질이 나서 되묻는 대니.









 <오션스 트웰브> 개봉 당시(2004)로 보자면 조지 클루니가 43살 정도이니 화가 날 만도 하지만 그때도 50살. 2020년 지금도 50살로 보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영원한 미중년 조지 클루니의 자리를 넘보는 배우가 있으니 그 이름은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





 조지 클루니와는 고작 4살 차이(1965년생) 지만 워낙 화려한 경력의 조지 클루니에 비하면 조금 주목을 늦게 받긴 했다. 덴마크 출신 배우이기에 헐리우드 입성 자체가 2004 년에서야 이루어졌다.











 샤프하게 날이 선 얼굴과 긴 눈매는 완벽한 차도남 이미지다. 적당히 긴 생머리와 수트는 차도남 이미지에 댄디함을 더해 미중년 아우라를 달고 다닌다. 상당히 많은 필모를 이미 쌓았지만 아마도 가장 대중들의 기억에 남는 건 <007 카지노 로얄>.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신경전을 펼치며 포커를 두는 그의 모습은 매우 섹시하다. 이때만큼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줄리앙 입술과 톰 포드 수트발도 그 아우라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날 가져요 엉엉.









뒤이어 다니엘의 가려운 곳을 돌팔매질하는 잔악무도한 액션만 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멋진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아직도 많은 남성들의 뇌리에는 이 씬이 남아있을 듯.






 한니발 TV 시리즈에서는 한니발 역으로 앤서니 홉킨스의 잔상을 지워내는 카리스마로 다시 한번 품격과 지성, 차가움을 가진 미중년으로 거듭났다.














이런 미중년 매즈 미켈슨을 아이슬란드 눈 바닥에 혼자 처박아 두고 찍은 영화가 있으니 바로 '아틱'이다.



 수다쟁이 베어 그릴스의 생존기가 다소 비위 상했었다면 오버가드(매즈 미켈슨)의 재난 생존기는 그의 수염 뒤 가려진 외모만큼이나 깔끔하다.











 식량비축을 위해 얼음낚시로 생선을 잡아 박스에 차곡차곡 보관해두는 장면은 '아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각을 잡는구나' 싶다. 생선을 요리해 먹는 모습조차 샤프하다.






 사실 이 영화는 대사와 설명을 최대한 생략하고 매즈 미켈슨의 연기와 남극의 설경만으로 조난 상황과 극복 과정을 그려내는 재난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거친 남극의 눈보라 소리를 듣고 열약한 생존 환경을 보면서 오버가드의 처지에 감정 이입했을 것이다.



 재난 영화라는 뻔한 구조 속에서 아이슬란드 대자연 풍광과 독특한 편집은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연출은 사실 반칙스럽지만 뻔한 엔딩과 늘어짐으로 감동을 희석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특히 오버가드의 윤리적 갈등의 감정과 후회와 극복을 한 번에 겹쳐 표현하는 시퀀스는 '아 매즈 미켈슨은 아름답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자 그럼 이제 시니컬하게 한 번 가보자.








<월척이야!>






 오버가드는 정말 거대한 조난 상황을 겪은 것처럼 보였을까? 물론 큰 재난 상황이다. 어떤 경위였든 타고 온 비행기는 불시착했고 혼자 남아서 언제 올지도 모를 구조대를 기다리며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눈 밭에 SOS라는 커다란 글씨도 써가며 말이다. 사실 나름 어디 아픈데 없이 잘 살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구조 헬기가 추락해 오히려 중상자 한 명을 책임지는 상황이 되기 전까진 말이다.




 중상자를 끌며 머나먼 구명길을 떠난 오버가드가 겪는 시련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는데 하나는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북극곰,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던 산등성이 그리고 눈밭에 가려져 빠지게 된 험난한 지형이다.












 오버가드는 보통 재난 상황에 빠진 주인공들이 비상한 머리로 계획을 짜고 민첩하게 움직이는데 반해 다소 우둔할 정도로 우직하게 움직인다. 구조 헬기에 으레 들어있을 썰매를 찾아볼 생각을 못 하고 온간 용 다 쓰고 난 후에 썰매를 보고 허탈하게 웃는가 하면 지도에 없던 산등성이를 보고서는 '아니 지도엔 없었는데' 당황하는 표정은 우습기까지 하다. (이 분 당황하는 표정이 이렇게 귀여울 줄이야.)







<안녀엉! 난 배가 고파!>






 수없이 많은 재난 영화들이 있지만 지금 오버가드의 상황과 겹쳐서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고생 끝에 오스카를 받아 갔던 그 영화다. 레버넌트에서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검은 곰과 죽음의 사투를 벌이며 생사의 갈림 김에 섰던 걸 생각하면 <아틱>에서 오버가드가 만난 귀여운 흰색 북극곰은 그저 굴 입구에서 안녕하고 인사만 하고 돌아간 격이다.



 바위에 다리가 껴서 중상을 입은 듯한 오버가드의 모습도 지혈을 위해 자기 목을 불로 지지던 휴 글래스의 모습 앞에서는 엄살처럼 보인다.










 누가 더 고생했네 마네를 따지고자 함은 아니지만 이 아름다운 미중년 배우를 데리고 괜스레 혹사 시킨 것 같은 안타까움에 까칠하게 한 번 얘기해봤다.



아직은 이 분의 수트 입은 모습이 좀 더 보고 싶으니까.




이런 거 말고..







이런 거!











감독 - 조 페나

출연 - 매즈 미켈슨, 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

개봉2019. 03. 27.







p.s - 제일 재밌었던 이 영화의 한 줄 평은



'감독 이름이 너무 폭력적이다'



이 진지한 영화를 두고 이런 유머 센스라니. 한참을 낄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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