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비가 숲을 기억할 때

by 은해


나무의 잎에 묵은 먼지가 내려앉는다. 흙은 갈라진 숨을 내쉰다. 숲은 그럴 때마다 자신을 적셔줄 이슬비를 간절히 기다린다.


하늘에서 물결이 떨어질 때 풀잎은 어루만져지고, 나무들은 고요히 고개를 숙이며 조용한 감사를 표한다. 부식토의 향기는 짙어지고, 썩은 낙엽의 살결은 부드러워진다.


작은 물방울들은 투명한 공기의 진동과 함께 뿌리 사이를 타고들며 오래된 생명들을 깨운다. 이슬비는 잠시 머물 뿐이지만, 숲의 순간을 늦추며 그 흔적을 깊게 새긴다.


그래서, 숲은 그 조용한 기적을 언제나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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