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순환의 씨앗

by 은해


갈색의 도토리가 바람에 흔들거리다가 이내 툭 떨어졌다. 다람쥐는 그것을 주워 땅에 묻고, 겨울을 준비한다.

그러나 모든 도토리가 먹히지는 않는다. 일부는 잊힌 채 남아 땅속에서 싹을 틔운다. 그리고 그건 숲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도토리는 어디에 떨어질지, 누가 집어갈지, 나무로 자라날지 자신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숲에서는 그렇게 흘러가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생태계는 무질서 속에서 우연한 질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도토리가 떨어지는 건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뿌리를 내리는 시작이다. 그리고 인간도 다르지 않다. 땅에 부딪히는 아픔을 견디고, 뿌리내리는 고통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한 그루의 나무로 자라날 수 있다.



keyword
이전 02화이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