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증인

by 은해



돌은 보았지.

초록을 입은 이끼가 비에 숨어 우는 것을.

비가 그 자리마다 흔적을 남기고 제자리로 돌아갈 때.

돌은 누구의 눈물인지, 누구의 숨결인지 모르는 물방울들을 보며 그저 품었지.


돌은 들었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를.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울음을.

언젠가 사라질 것을 전제로한 노래들을.


돌은 알고 있지.

침묵으로 모든 계절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이끼는 언젠가 마르고, 나무는 꺾이고,

바람은 떠난다는 걸.


그래서 돌은 기다린다.

새로운 이끼가 돋고, 나무가 자라며,

바람이 돌아오는 그 날을


어쩌면 돌은 너무 오래 살아서 슬퍼진 걸지도 모른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수천 번의 봄과 가을을,

수만 번의 죽음을 바라보아야 했으니까.


숲의 슬픔이자, 자비 속에서 돌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끼의 울음이 스며드는 저녁, 그 품안에서 다시 한 계절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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