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1인 가구로 서울에서 혼자 살아온 지 만 5년이 다 되어 간다. 나는 세대주이자 세대원이며 우리 집의 유일한 거주자이다. 셰어하우스에서 1년 6개월가량 살다 처음 혼자가 되었을 때는 정말 자유로웠다. 이젠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 집을 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 좋았다. 한 1년은 그 이유로 행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배달 음식을 주문해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고, 늦은 밤에 같이 코인 노래방을 갈 수 있는 친구들이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곤 멍한 표정이 된다.
서울 생활이 길어지고 있지만 아직 나에겐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는 5년간의 서울 생활 중 단 한 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숯불 돼지갈비’를 먹은 적이 없다. 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에 혼자 가는 건 좀 껄끄럽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양념된 돼지갈비를 사서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도 숯불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결국 갈비를 너무 먹고 싶을 땐, 고향에 돌아가는 날만 기다린다. 고향 집에 가면 나의 절친인 내 동생이 있다. 떡볶이든 갈비든 무엇이든 같이 먹을 수 있고, 옷 가게에 가서 옷을 골라주기도 하고 혼자 하기 힘든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빌려주는 서비스인데, 주 서비스는 혼자 들어가기 어려운 가게 같이 가기, 게임 머릿수 맞추기, 피크닉 자리 잡아두기 등 사람 한 명분의 존재가 필요할 때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빌릴 수 있다고 한다. 대여료는 무료. 요즘 나에겐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에겐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으니 더욱 그렇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이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닐까.
나는 정말 갈비를 먹고 싶은 건지, 그냥 사람이 필요한 건지 가끔 헷갈린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마트에는 여러 가지 밀키트를 판매한다. 얼마나 다양한지 언제든지 다른 밀키트를 구매할 수 있고 조리 방법 또한 간단하다. 나 대신 요리를 해 주는 노동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세상은 혼자인 사람들을 위해 점점 변화한다. 누구도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대놓고 묻지 않는다. 1인 가구에 맞춰진 음식, 가구, 서비스들이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가끔 찬 기운이 감도는 집 안에서 헛헛한 마음을 어찌 못할 때가 있다. 가끔, 아주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