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에서야 코로나에 처음 걸린 사람의 일기
새벽에 또 열이 나서 자다 깼다.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리고서야 잠에 들었지만 며칠째 밤에 잠을 길게 잘 수 없어 불편하다. 격리 중이라 낮에 잘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곧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이러다 바이오리듬이 깨져버릴까 두렵다. 하루에 물을 2L 페트병 2개 정도 마시니 쓰레기가 엄청 쌓인다. 억지로 물을 마시고는 있지만 목이 찢어지게 아프다. 누가 내 목에 칼을 50개쯤 넣어두고 물 한 모금을 삼킬 때마다 그 칼날이 내 목을 긁는 느낌이다. 혀 측면에 생긴 구내염 때문에 발음에도 문제가 생겨 전화 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 나는 최대한 또박또박 말한다고 하는 건데... 미각과 후각이 전에는 100이었다면 지금은 20이 되었다.
오늘은 새벽에 열이 나지 않았지만 코가 막혀서 깼다. 앉아있을 땐 괜찮은데 누우면 코가 콱 막혀버린다. 코가 막혀서 그런가 잠들라치면 내가 코 고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깨 버린다. 그러고는 한동안 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겨우 새벽 다섯 시 반인데 창 밖이 밝아졌다. 미각과 후각은 완전히 0이 되었다. 무엇을 먹어도 식감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 한창 좋아했던 한 프랜차이즈의 떡볶이와 김밥을 먹었는데 맛을 느낄 수 없어 입맛이 전혀 돌지 않았다. 미각과 후각의 식욕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여전히 발음이 엉망이다. 목이 너무 아프고 코가 막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던 병원에 방문해서 다시 약을 처방받았다.
여전히 미각과 후각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스테로이드)을 먹었더니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밤엔 2시간마다 깬다. 이젠 그렇게 불편한 게 없는데도 깨는데 다시 잠이 안 온다. 결국 새벽 2시에 일어나 5시 30분까지 책을 봤다. 5시 30분에 바깥이 밝아오는 걸 확인하고 자리에 누웠더니 금세 잠들었다. 물론 2시간 있다 다시 깨버렸지만...
미각과 후각이 30% 정도 돌아왔다. 구내염도 많이 나아서 밥을 먹는 일도 조금은 편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기침이... 무슨 병이 있는 환자 마냥 기침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와서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동안 17일 이후 대변의 소식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드디어 광명을 찾았다. 아마도 그동안 먹은 게 너무 적고 움직임도 거의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다행이야.
미각과 후각은 50% 정도 돌아온 것 같다. 오전에 김치찜을 주문했다. 평소라면 소스라치게 놀랐을 자극적인 맛이었는데 오히려 미각과 후각이 둔한 순간에는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해 주었다. 맵고 짠 건 다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쓰레기들이 현관을 덮었지만 이제 자정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내일부터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야 하니 그동안 나를 감싸준 모든 침구를 싹 세탁하고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두었다. 오늘은 새 침구와 함께 몽글몽글한 기분으로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오늘은 한 번도 깨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