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인데도 내 업무와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우리는 흔히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 뜻은 어느 회사든 조직이든 또라이는 있으며, 또라이가 없을 경우 본인이 또라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8개의 회사를 거쳐오면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대체로 잘 들어맞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하지만 빌런이 같은 팀 내에만 있을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우리 팀에 또라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회사 내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고 그 또라이는 내가 속한 팀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몇 년 전 겨울이었다. 조금 어려운 손님의 전화가 왔다. 우리 회사의 상품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고객이 원하는 바와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2가지 제안을 했고, ○라는 제품은 A 부서에서, ★라는 제품은 B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따로 알아보고 다시 연락하겠다는 고객의 말에 각각의 문의 번호도 정확히 안내했으나 고객은 ○와 ★에 관한 문의를 모두 A부서에 전화해서 해결해달라고 했고, ○를 담당하는 A부서의 직원 한 명은 우리 팀 사무실에 득달같이 쫓아와
"★를 누가 우리 팀 담당이라고 했냐"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 고객과는 내가 통화했지만 매뉴얼에 적힌 번호대로 안내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그냥 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른다고 했고, 그녀가 화 낼 이유를 만들어 줬다. 아직 여기서 일주일 밖에 안 됐기도 했고 계약기간도 길지 않아 누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세상이 좁다지만 내가 오래 일 하던 곳이 아닌 이 업계에서 다시 일할 것 같지도 않고. 그 사람은 그냥 화를 내고 싶은 것이다. 그 타깃이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니 찾으러 온 것이고. 나도 직장 생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지만 악성 민원인이 다름 아닌 다른 팀 직원이라니.
내 또래로 보이는 직원이었지만(알고 보니 내 또래도 아니었다. 나보다 4살 많은) 평소 우리 팀을 제 집 드나들듯 자주 드나들었고 다른 직원들에게 직급이 아닌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친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힘껏 문을 열고 쳐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행위는 이 사무실의 모두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 팀에는 팀장도 있고, 대리도 있고, 주임도 있는데 쳐들어온 그 사람의 직급은 모르겠지만(사실 나는 그녀의 직급도 모르지만 이름도 모른다. 확실한 건 관리자급이 아닌 실무자였다는 것) 그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소리를 지르며 누가 그랬냐고 하는 건 악성 민원인이나 하는 일인데 그걸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그냥 수준 떨어지는 짓으로만 보였다. 다른 팀에서 개념 없는 직원이 그렇게 와서 소리를 지르더라도, 주임이든 대리든 팀장이든 누가 됐든 남의 팀에 와서 우리 팀원에게 그런 짓은 하지 못하게 해야 두 번 다시 그런 개념 없는 짓을 하지 않겠지만 개미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사무실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은 날씨가 맑아 출근하며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또라이 폭탄을 밟아버려 조금 짜증이 났다. 그리고 여러 교훈을 얻었다. 또라이는 절대 본인 팀 내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또라이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나에게 피해를 주려고 시도할 수 있다. 또라이는 자신이 깨닫지 않고서는 개과천선이 불가능한 것 같으니 할 수 있다면 또라이는 피하자. 마주하고 부딪쳐봐야 감정과 시간 낭비다. 그냥 또라이는 그러고 사는 게 즐거운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