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는 가장 작은 마음

나를 생각해 준 그 마음이 고마워요

by 오보람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손잡이 없는 빨간 바구니에 담긴 주황색 귤, 직접 가서 본 적은 없지만 제주도엔 이 귤이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집집마다 애완 귤나무(?)를 키우고 있다고. 제주도에 다녀왔다며 Y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나는 8개월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늦은 나이에 공기업 인턴으로 들어가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퇴사한 회사 옆 팀에서 항상 커피와 차를 나눠주던 동료 Y는 나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고, 그 사실을 잊고 살던 찰나 Y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제주도 여행 가서 귤 많이 땄는데 귤 좀 가져가세요!"


"에고, 감사해요. 안 그래도 인사 못하고 가서 미안했는데, 제가 저녁 살게요!"


"네네!! 올 때 귤 담아갈 튼튼한 가방 가져오세요!!"



지나간 직장 동료라면 이젠 인연이 다했다며 무시할 법도 한데 챙겨준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깃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그 친구의 집 근처인 새절역으로 달려갔다. 불광천이 잘 보이는 곳에서 파스타와 뇨끼를 먹은 후 카페에 앉아 가방을 연 Y는 나에게 검은 비닐봉지를 건넸다. 봉지에는 귤과 한라봉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선생님, 제가 집 근처에서 만날 줄 모르고 하루종일 바깥에 있느라 제주도에서 직접 딴 귤을 못 가져왔어요. 이거 이 근처에서 산 거라 맛이 어떨진 모르겠네요."



같은 회사에 다닐 때도 Y는 자주 출장을 가서 사무실에서도 자주 보긴 어려웠다. 사무실에 들를 때마다 나와 함께 구청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한 '밥친구'였는데 식사 메뉴에 까다롭지 않아 잘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Y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귤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과일은 아니지만 Y가 준 귤의 크기나 양과 상관없이 Y가 나눠준 마음에 참 고마웠다. 퇴사한 그 회사에서 보낸 8개월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여전히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는 Y도 그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오랜만에 새해를 이유로 Y에게 카톡을 보내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선생님, 주차할 곳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은 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