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아이 손을 꼭 잡아주세요

공연장에서 생긴 일

by 오보람

나는 20대의 3분의 1을 한 공연장에서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념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공연장에서 송년음악회로 관객들과 함께 마무리했다. 세 번이나.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출근을 위해 유니폼을 입고 구두를 신은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자신감 있고 당당했다. 얼굴엔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공연장 안내원으로 일하는 와중에도 여러 일이 있었다. 이 공연장은 1000석 이상의 대공연장 1개와 250석 남짓의 소공연장, 총 2개의 공간이 있다. 공연장의 무대는 무대감독이, 무대를 제외한 객석과 로비는 하우스 매니저가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내가 근무했던 곳에선 두 개의 공연장에서 모두 공연이 진행 중일 땐 하우스 매니저가 1명뿐이라 안내원 중 한 명이 하우스 매니저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그날, 그 역할이 근무한 지 만 1년이 된 내게로 왔다.



유난히 무더운 2015년의 여름이었다. 이날의 공연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로, 연주자가 아마추어일 때는 관객들도 공연장에 처음 오거나 자주 오지 않는 관객들이 많다. 그래서 평소보다 안내해야 할 내용도 많고 장내 정리가 쉽지 않은 편이다. 다른 관객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꽃다발이나, 실수로 바닥에 쏟을 수 있는 음료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이 없는지 입구에서부터 잘 살펴야 한다.



이날도 역시나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관객 입장과 1부 연주까지 모두 끝내고 인터미션이 5분 정도 지났을까, 1층의 메인 게이트 중 한 곳에서 하우스 매니저를 찾는 무전이 왔다. 미아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아이가 많은 인파 속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나는 즉시 무전이 온 곳으로 이동했다.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화장실로 향하는 아빠를 따라 나왔다가 인파에 떠밀려 아빠를 놓치고 말았다. 아이를 앉았던 자리에 대기시키려 어디에 앉았는지, 표는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지만 자리는 기억하지 못했고 힌트는 없었다. 나는 상황을 확인한 즉시 무전으로 채널을 바꿔 하우스매니저를 찾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근무 시 핸드폰을 소지할 수 없어서 핸드폰도 없었고, 안내방송을 위해 무대감독에게 무전을 하려니 평소에도 무대감독과는 무전으로 잘 소통이 되지 않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아이를 데리고 무대 뒤쪽으로 무대감독을 만나봐야 하나... 시간이 없는데 생각만 길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2부 공연 시작까지 5분 정도 남은 시점에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빠가 화장실에 갔다고 한 아이의 말을 믿고, 만약 아빠가 화장실에서 자리에 돌아왔어도 아이가 없는 걸 알고 로비로 나와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울고 있는 아이의 눈을 맞추며 말했다.



"친구야, 선생님은 키가 기린처럼 크거든. 선생님이 저기 하늘까지 보이게 안아줄 테니까, 같이 아빠 찾아볼까?"



기린은 내 어린 시절 별명이었다. 아이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높은 구두를 신고 기린처럼 키가 큰 나는 아이가 아빠 얼굴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를 높게 안고 공연장 1층 로비를 한 바퀴 돌았다. 아이는 8백여 명의 인파가 오가는 와중에도 스치는 어른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로비 한 바퀴를 돌아도 아빠를 찾지 못한 아이를 다시 내려놓으려는 찰나, 아빠를 부르는 아이의 외침이 들리고 나는 아이를 아빠에게 인계했다.



모든 일이 지나간 후 나는 이 사건을 하우스 매니저에게 보고했고, 이후 공연장에서는 실종 아동 발생 시 바로 실행하는 '코드 아담' 훈련을 진행했다. 공연장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이런 훈련을 하며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건 아이가 불안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혹시나 다중이용시설에서 아이를 두고 화장실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눈을 맞추며 이유를 말하고, 주변의 직원에게 도움을 청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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