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세계

고객님, 1단계 순한 맛 나왔습니다

by 오보람


나는 공연장 안내원으로 시작해 공연 제작 PD까지 상당한 시간을 공연장 스태프로 살았다. 그동안 일했던 극장은 모두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이라 수용 가능한 관객 수만큼이나 다양한 관크(관객 크리티컬: 공연 중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를 만났다. 공연 중에 떠드는 사람,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몰래 찍는 사람, 핸드폰을 꺼내두고 녹음하길래 녹음하면 안 된다고 했더니 가방에 넣어서 계속 녹음하는 사람, 공연 중에 핸드폰 울리는 사람(많음), 모바일 게임 하는 사람, 객석은 음식물 반입금지인데 땅콩 까먹는 사람, 남의 자리에 앉아서 주인이 왔는데도 안 비켜주는 사람, 공연 중에 큰 소리로 영상통화하며 공연 생중계하는 사람 등등 관크의 세계는 넓고도 많다. 공연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보는 관크도 정말 다양하게 많은 일이 있었다.




1. (지각했지만) 내 자리는 내 거!


클래식 음악 공연은 곡과 곡 사이 또는 공연의 테마가 바뀔 때마다 연주자의 퇴장에 맞춰 관객의 입퇴장이 가능하다. 공연의 레퍼토리를 정할 때도 첫 곡은 5~15분 정도의 짧은 곡으로 시작해 첫 곡이 끝난 후 지각하는 관객이 입장할 수 있도록 한다. 지각하는 관객의 수는 매 공연마다 다르다. 평일과 주말의 차이도 크지 않은 것 같다. 공연이 시작한 후 입장하게 되면 객석이 어둡기에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빈자리에 앉으라 말씀드리지만 굳이 본인의 자리에 앉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지연 관객이 소수이면 본인이 예매한 자리로 안내해 줄 수 있지만, 다수인 경우는 일일이 안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은 출구에서 가까운 빈자리에 앉으시라 말씀드리고 15분의 인터미션(쉬는 시간)이 있으니 그때 본인이 예매한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깜깜한 객석에서는 좌석 번호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안내원들은 손전등을 소지하고 있다. 하지만 손전등을 이용해 본인이 예매한 자리로 안내하더라도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있는 객석에 지각한 관객이 들어가면 또 누군가의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공연 시작 전, 예매한 사람은 많지만 입장한 관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예 5분 정도 늦게 시작하기도 한다. 지각한 관객으로 인한 관크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다.




2. 비상구로 들어올 건데 들여보내달라고!


러닝 타임이 1시간 30분~2시간 정도 되는 공연은 보통 15-20분 정도의 인터미션이 있다. 그렇지만 구성에 따라 인터미션이 없는 공연도 있다. 중간에 끊지 않고 1시간 30분을 한 호흡으로 달리는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그랬는데, 사전에 인터미션이 없으며 공연 중에 입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몇 번이나 보내 신신당부했다. 어떻게든 주최 측에서 공지했다는 증거를 남겨둬야 나중에 관객의 항의가 있어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내 포지션은 2층과 3층 객석을 관리하는 역할이라 객석 오픈 전 2-3층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3층 구석의 비상구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고 돌아보니 사람은 없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을 때, 한 중년 남성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본인의 가족들이 오늘 조금 늦게 도착하는 데 비상구로 입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비상구에서 난 소리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미리 비상구가 어디로 통하는지 살펴봤다는 것인데, 진짜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비상구는 비상시 외엔 사용할 수 없으며, 공연 중 입장도 어렵다는 사실을 재차 공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비상구로 들어오면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창과 방패의 대결이 이어지며 그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내가 무전으로 다급하게 하우스 매니저를 찾은 때는 그의 한쪽 손이 나를 향해 올라갔을 때였다. 다행히 하우스 매니저가 무전을 듣고 그를 로비로 데려갔고, 로비에서도 설전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하우스 매니저는 공연이 시작된 후 그의 가족들이 도착하자, 중간 입장이 가능한 (같은 공연장의) 다른 홀에서 열리는 공연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관크가 아닌 게 아니다. 관객들이 출입할 수 없는 비상구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광경을 보이는 것, 그 자체가 관크다.




3. 이런 자리는 팔면 안 되지!


나도 공연을 다양하게 많이 보는 편이지만 티켓을 예매할 때는 반드시 좌석 선정에 신경을 쓴다. 공연장들이 괜히 좌석 위치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게 아니다. 내가 근무하던 공연장에는 2층 발코니 좌석을 '시야방해석'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시야방해석은 말 그대로 시야가 뻥 뚫려있지 않고 한쪽 일부분이 기둥으로 가려져있어 잘 보이지 않는 좌석이다. 시야방해석은 좌석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했고, 관객이 홈페이지에서 이 좌석을 예매할 때도 시야방해석임을 안내하는 창이 뜬다. 그래서 보통은 별 문제가 없지만, 정말 황당하게 시야방해석을 예매하고 공연 관람 후 다음날 사무실로 전화를 해 이런 자리를 왜 파냐며 항의하는 고객이 있었다. 그 자리는 시야방해석이고 예매하실 때 안내 팝업이 뜬다고 말했지만 애초에 이런 자리에 왜 좌석을 만들어 파냐며 돈독이 올랐다느니, 내가 낸 세금으로 이런 걸 만들었냐며 온갖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그냥 힘이 빠진다. 돈 벌기 참 힘들구나..






관객이 느끼는 관크의 불쾌함 만큼 공연장에서도 관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관객 입장의 관크는 아니지만 일하는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이야기다. 물론 늘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다. 먼저 인사하면 같이 인사해 주는 관객을 만날 때,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공연이 끝났을 때 등 고맙고 감사한 순간도 많았다. 지금은 공연장을 떠났지만, 부디 한 자리에 모인 관객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마음을 더해 공연이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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